이중섭과 그를 가장 그리워한 사람, 그리고 편지화에 담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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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자가 쓴 이중섭 평전 '이중섭, 그 사람' 출간
편지화 50여점 분석한 '이중섭, 편지화'도 함께 나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민화가' 중의 한 사람인 이중섭은 1936년 유학한 일본 도쿄에서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 한국명 이남덕)를 만났다. 이후 1943년 이중섭은 가족이 있던 함경남도 원산으로 돌아왔고 1945년 야마모토는 한국으로 건너와 이중섭과 결혼했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들은 남한으로 내려왔다.
전쟁 와중의 식량난을 피해 아내 야마모토는 아이들을 데리고 1952년 6월 도쿄의 친정으로 잠시 '긴급 피난'했다. 이후 1년 후 도쿄에서 일주일간 해후한 것을 제외하고는 잠깐일 것 같았던 헤어짐은 1956년 이중섭이 요절하면서 영원한 이별이 됐다.
두 사람이 부부로 함께 한 시간은 7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이후 야마모토는 2022년 8월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70년 가까이 홀로 살았다.
8월 13일 야마모토 여사의 1주기를 맞아 이중섭과 야마모토의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신간 '이중섭, 그 사람'(혜화1117)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오누키 도모코 기자가 일본어로 쓴 이중섭 평전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오누키 기자는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보고 이중섭을 알게 됐다.
이후 7년여에 걸쳐 이중섭에 대해 취재한 그는 2021년 일본에서 이중섭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이중섭을 바라본 이 책에서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아내 야마모토에 눈을 돌린다.
남편을 보내고 7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여성이 어떤 생애를 보냈는지, 그런 아내에게 이중섭이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를 묻는다.
저자는 서울과 도쿄, 제주, 통영, 부산 등 이중섭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현장 취재했다.
무엇보다 생전 야마모토 여사와 세 차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이중섭과 야마모토의 이야기, 그리고 홀로 남겨진 여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책의 바탕이 되는 것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들이다.
두 사람의 헤어짐이 길어지던 1954년 1월과 2월 일본으로 건너오고 싶었던 이중섭이 '이별'을 언급하며 보낸 편지나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와 폴 베를렌의 시를 적은 편지, 귀향한 야마모토 앞으로 김환기 화백의 부인 김향안 여사와 시인 김광균 등 한국인 친구들이 보냈던 편지, 이중섭이 부인의 일본 귀향 직후인 1952년 6월 말께 한글로 쓴 다섯 장의 편지 등이다.
이 중 상당수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일본어판에는 일본 독자들에게 낯선 이중섭을 소개하는 내용이 더 있었지만 한국어판에서는 일부를 덜어냈다.
최재혁 옮김. 380쪽. 미술사학자 최열의 '이중섭, 편지화'도 같은 출판사에서 함께 출간됐다.
2014년 '이중섭 평전'을 펴냈던 그는 이번에는 이중섭이 보낸 편지화에 주목했다.
이중섭은 아내 야마모토가 두 아들 태현, 태성과 함께 일본으로 떠난 이후 편지에 글 뿐만 아니라 그림도 함께 그려 보내며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최열은 은지화, 엽서화와 함께 편지화를 이중섭이 창안한 독립적인 미술 장르로 평가하며 그림만 담은 그림편지와 글씨·그림을 조합한 삽화 편지를 하나하나 살핀다.
그림편지는 서귀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두 아들이 게와 함께 노는 모습을 아빠와 엄마가 흐뭇하게 바라보는 '서귀포 게잡이'를 시작으로 대구 동천유원지를 그린 것까지 31점이, 삽화편지는 1954년 서울 시절에 보낸 20점이 전해지고 있다.
"글씨로 쓴 편지만이 아니라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다.
함께 했던 지난날의 추억은 물론 가족이 하나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을 편지지에 그려나갔다.
꿈이었으나 바로 그 꿈이야말로 이중섭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었으며 꿈을 꾸는 순간이야말로 행복한 현실이었다.
그가 쓰고 그린 편지들이 우체국을 거쳐 도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엽서화, 은지화와 더불어 새로이 창설한 또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 320쪽. /연합뉴스
편지화 50여점 분석한 '이중섭, 편지화'도 함께 나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국민화가' 중의 한 사람인 이중섭은 1936년 유학한 일본 도쿄에서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 한국명 이남덕)를 만났다. 이후 1943년 이중섭은 가족이 있던 함경남도 원산으로 돌아왔고 1945년 야마모토는 한국으로 건너와 이중섭과 결혼했다.
이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들은 남한으로 내려왔다.
전쟁 와중의 식량난을 피해 아내 야마모토는 아이들을 데리고 1952년 6월 도쿄의 친정으로 잠시 '긴급 피난'했다. 이후 1년 후 도쿄에서 일주일간 해후한 것을 제외하고는 잠깐일 것 같았던 헤어짐은 1956년 이중섭이 요절하면서 영원한 이별이 됐다.
두 사람이 부부로 함께 한 시간은 7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이후 야마모토는 2022년 8월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70년 가까이 홀로 살았다.
8월 13일 야마모토 여사의 1주기를 맞아 이중섭과 야마모토의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신간 '이중섭, 그 사람'(혜화1117)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오누키 도모코 기자가 일본어로 쓴 이중섭 평전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오누키 기자는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보고 이중섭을 알게 됐다.
이후 7년여에 걸쳐 이중섭에 대해 취재한 그는 2021년 일본에서 이중섭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이중섭을 바라본 이 책에서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아내 야마모토에 눈을 돌린다.
남편을 보내고 70년 가까이 홀로 살아온 여성이 어떤 생애를 보냈는지, 그런 아내에게 이중섭이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를 묻는다.
저자는 서울과 도쿄, 제주, 통영, 부산 등 이중섭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현장 취재했다.
무엇보다 생전 야마모토 여사와 세 차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이중섭과 야마모토의 이야기, 그리고 홀로 남겨진 여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책의 바탕이 되는 것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들이다.
두 사람의 헤어짐이 길어지던 1954년 1월과 2월 일본으로 건너오고 싶었던 이중섭이 '이별'을 언급하며 보낸 편지나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와 폴 베를렌의 시를 적은 편지, 귀향한 야마모토 앞으로 김환기 화백의 부인 김향안 여사와 시인 김광균 등 한국인 친구들이 보냈던 편지, 이중섭이 부인의 일본 귀향 직후인 1952년 6월 말께 한글로 쓴 다섯 장의 편지 등이다.
이 중 상당수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일본어판에는 일본 독자들에게 낯선 이중섭을 소개하는 내용이 더 있었지만 한국어판에서는 일부를 덜어냈다.
최재혁 옮김. 380쪽. 미술사학자 최열의 '이중섭, 편지화'도 같은 출판사에서 함께 출간됐다.
2014년 '이중섭 평전'을 펴냈던 그는 이번에는 이중섭이 보낸 편지화에 주목했다.
이중섭은 아내 야마모토가 두 아들 태현, 태성과 함께 일본으로 떠난 이후 편지에 글 뿐만 아니라 그림도 함께 그려 보내며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최열은 은지화, 엽서화와 함께 편지화를 이중섭이 창안한 독립적인 미술 장르로 평가하며 그림만 담은 그림편지와 글씨·그림을 조합한 삽화 편지를 하나하나 살핀다.
그림편지는 서귀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두 아들이 게와 함께 노는 모습을 아빠와 엄마가 흐뭇하게 바라보는 '서귀포 게잡이'를 시작으로 대구 동천유원지를 그린 것까지 31점이, 삽화편지는 1954년 서울 시절에 보낸 20점이 전해지고 있다.
"글씨로 쓴 편지만이 아니라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렸다.
함께 했던 지난날의 추억은 물론 가족이 하나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을 편지지에 그려나갔다.
꿈이었으나 바로 그 꿈이야말로 이중섭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었으며 꿈을 꾸는 순간이야말로 행복한 현실이었다.
그가 쓰고 그린 편지들이 우체국을 거쳐 도쿄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엽서화, 은지화와 더불어 새로이 창설한 또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 3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