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방?…분열의 시대, 美 공화주자 국가기관 불신조장 경쟁

디샌티스·라마스와미 등 공화잠룡들 軍·FBI 등 때리기
"국가기관 신뢰 회복 말한 지도자 늘 있었는데 지금 정반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경쟁자들이 마치 '트럼프 따라하기'를 하듯 앞다퉈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최근 3번째(동일 사안 추가 기소 제외)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무·검찰 등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경쟁자들도 잇달아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주말 유세 도중 "우리는 취임 첫날부터 모든 딥스테이트(deep state·국가를 좌지우지하는 비밀집단)의 목을 칠 것"이라며 행정부 내 일부 기득권 엘리트 집단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 언사로 표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또 지난달 국방부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일부 인사들의 목을 치는" 국방장관을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해군 예비역인 그는 또 선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군대와 같이 존경받는 기관들이 그 임무의 핵심과 무관한 지구 온난화 등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사기는 하락하고, 모병은 힘들어진다"고 했고,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지금의 군대는 내가 복무한 군대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업가 출신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딥스테이트'와의 투쟁 일환으로 연방수사국(FBI)와 국세청(IRS)을 폐쇄하고 싶다고 했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는 4월 트위터에 "IRS가 미국 중산층을 추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법무부가 두 개의 법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하나는 공화당원, 다른 하나는 민주당원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법무부가 "공화당원들을 계속 사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대와 법무부·검찰, FBI, IRS 등 미국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기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야당 후보들이 국가기관 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국가기관 때리기는 야당 인사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적 분포상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해온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정책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며 직격했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도전을 천명한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은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위해 출마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주 주지사는 NYT에 "우리 역사에서 분열의 시기를 겪었지만 양측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상호 존중과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을 말한 리더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제리 브라운 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신뢰에 의지한다"며 "만약 정치가 공포에 의지한다면 세계는 더욱 위험해지고, 내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진보 간에 첨예한 분열을 겪고 있는 미국 정치 지형이 국가기관의 당파성에 대한 의심을 확산하면서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계열 컨설턴트인 사라 롱웰은 NYT와 인터뷰에서 "신뢰 부족은 우리 정치를 규정하는 특징이 됐다"며 "유권자들은 '나와 정치적 생각이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실재적인 위협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중립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