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솔브레인, '삼성이 찜한' 디엔에프 인수 추진

코스닥협회장 출신의 정지완 회장(사진)이 이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 솔브레인이 반도체 소재 업체 디엔에프 인수·합병(M&A)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하나인 '전구체'(프리커서) 경쟁력을 확 키우기 위해서다. 디엔에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위해 지분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있는 중소기업이다.

9일 투자은행(IB) 및 소재업계에 따르면 솔브레인은 디엔에프와 인수·합병(M&A)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솔브레인이 주당 5만원에 디엔에프 창업자 김명운 대표의 최대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게 협상의 핵심이다. 김 대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9.70%를 보유하고 있어 총 인수금액은 약 1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디엔에프 주가는 올해 초 1만3000원 안팎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전날인 8일 2만6250원에 마감했다. 솔브레인은 김 대표 지분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유상증자도 진행할 것으로 IB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3자 배정 증자 방식을 통해 지분율은 한층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평균 인수 단가는 낮춘다는 계획이다.

디엔에프의 주요 주주인 삼성전자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소재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의 소재 국산화 지원 목적으로 2021년 디엔에프에 210억원을 투자해 지분 7%를 취득했다. 김명운 대표에 이은 2대 주주다. 소재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협력사 간 M&A일 뿐 아니라 한 곳은 삼성전자가 직접 투자한 흔치 않은 경우"라며 "삼성전자는 7%의 지분을 계속 보유할지, 아니면 이번에 매각할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솔브레인이 디엔에프를 인수하려는 것은 반도체 소재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다. 디엔에프는 카이스트 화학과 박사 출신인 김명운 대표가 한화석유화학에서 5년간 근무한 뒤 2001년 창업한 회사다. 2005년 삼성전자와 반도체 공정 소재 '전구체'를 함께 개발하면서 반도체 재료 시장에 진출했다. 전구체는 반도체 회로 형성 때 화학 반응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로 종류가 다양하다. 일본 정부가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디엔에프 전구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평가다. 솔브레인도 자체적으로 전구체를 비롯한 다양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에 소재를 공급한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908억원, 영업이익 207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소재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77%를 차지한다. 정지완 회장이 서른살이던 1986년 창업해 1조원대 기업으로 육성했다. 지난 1분기엔 매출 2429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을 기록했다. 디엔에프는 작년에 매출 1351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각각 올렸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7억원, 5억원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