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떠난 3만7000명, 기업·대학에 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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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시·도로 흩어진 잼버리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을 하루 앞둔 8일 3만7000명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이 새만금을 떠나 서울 경기 등 8개 시·도로 흩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대학 기숙사와 기업 연수원을 확보해 급한 불은 껐지만 조기 퇴영으로 인한 숙식비 등 수십억원 이상의 추가 ‘청구서’는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LG·포스코·GS 등 연수원 개방
대원들, 숙소 128곳으로 이동
"에어컨 잘 나와서 정말 시원"
일부 "캠프 끝까지 못해 아쉬워"
지역행사 즐긴 뒤 11일 서울 집결
8개 시·도, 128개 숙소로 산개
이날 잼버리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156개국 스카우트 대원 3만7000여 명은 버스 1014대를 동원해 새만금을 출발, 서울 경기 충북 등 8개 시·도에 마련된 128개 숙소로 이동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 1만3568명(숙소 64곳, 88개국), 인천 3257명(8곳·27개국), 충남 6274명(18곳·18개국), 전북 5541명(5곳·10개국)이 머문다. 이날 오후 9시25분 기준 버스 1014대 중 971대(95.7%)가 빠져나갔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가자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경찰 헬기 4대가 상공에서 지휘하고 있고, 순찰차 273대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행안부 국장급 지역책임관 9명을 8개 시·도에 파견해 안전과 편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서울시는 10개 자치구와 협력해 대학 기숙사 12곳(3090명), 연수원 한 곳(120명)을 확보했다. 고려대(830명), 서울시립대(560명), 한양대(370명), 서강대(160명) 등이다. 공무원으로 구성된 전담지원단을 파견해 총 12명이 24시간 주야로 입소자들의 식사와 관광 등을 지원한다. 시는 ‘잼버리대책본부’를 꾸려 시설별로 관광·의료 지원 인력을 배치해 대원들의 안전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조직위는 지자체 및 기업과 함께 하루 만에 대원들이 머물 곳을 마련했다. 대부분이 대학 기숙사와 공무원·기업 연수원, 교육시설 등이다.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엔 벨기에 대원 1200여 명이 머물고, 충남 천안 백석대 기숙사는 스웨덴 대원 1000여 명을 수용한다.
“아쉽지만 남은 기간 한국 문화 체험”
새만금 야영지를 떠난 잼버리 대원들은 이날부터 대학 기숙사, 기업 연수원 등 새 둥지에 도착했다. 새 숙소에 머물며 문화 행사 등에 참가한 뒤 오는 11일 열리는 서울 폐영식에 집결할 예정이다.이날 전주 전북대 기숙사에는 가장 먼저 포르투갈 800명, 말레이시아 120명 등 총 920명의 청소년 대원이 입소했다. 대원들은 새만금 현장에서 겪은 폭염과 불편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환한 웃음을 띠며 바뀐 숙소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르투갈에서 온 한 대원은 “기숙사에 침실과 욕실이 잘 마련돼 있어 좋다”며 “남은 기간에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옥시설을 체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대는 정부의 새만금 조기 철수가 결정된 직후 ‘JBNU 새만금 잼버리지원단’을 긴급 구성했다.이날 경기 수원 아주대에 도착한 캐나다 대원 200여 명은 율곡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한 뒤 2인 1실 기숙사로 향해 휴식을 취했다. 총 1000여 명의 대원이 머무는 경기대 수원캠퍼스도 대원 맞이에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슬란드 대원 130명이 가장 먼저 입소했다. 아이슬란드 대원 시흐르잉카(14)는 “기대했던 새만금 캠프를 떠나 아쉬웠다”며 “야영장이 너무 더워 힘들었는데 이곳은 에어컨이 잘 나와 좋다”고 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회사 연수원을 숙소로 제공하고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인천 송도 포스코 글로벌 연구개발(R&D) 레지던스홀을 이탈리아 잼버리 대표단 160여 명의 숙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코오롱그룹은 경기 용인 인재개발센터를 남아프리카공화국 잼버리 대표단 130여 명을 위해 개방했다. GS건설이 숙소로 제공한 용인 연수원 건물인 엘리시안러닝센터에는 그리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잠비아, 보츠와나 단원 133명이 함께 머문다. 대한항공은 용인 신갈 연수원을, 대우건설은 수원 인재경영원을 폐영일까지 숙소로 개방한다. 기업들은 각국 청소년이 머물며 한국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장강호/조철오/최해련/이광식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