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에든버러]이반 피셔의 실험… 관객과 무대를 뒤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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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어셔홀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장 한복판이 푹신푹신한 빈백으로 가득
관객들이 연주자들 바로 옆에서 공연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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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8일 영국 에든버러 어셔홀은 달랐다. 공연장 한복판이 푹신푹신한 빈백으로 가득찼다. 푹신하다 못해 온몸을 감싸안아줄 것 같은 의자들이 형형색색으로 깔렸다. 관객들은 편하게 눕듯이 빈백 의자에 앉았고, 그 사이사이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는 불과 한 뼘 정도였다. 연주자들의 복장도 파격적이었다. 익숙한 검은색 연주복 대신 청바지, 니트, 반팔티, 가디건 등의 차림입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옷들이어서 낯설어 하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관객과 오케스트라 단원이 한 데 섞이면서 무대와 객석도 하나가 됐다.
파격적 형식의 이번 음악회는 세계적 지휘 거장 이반 피셔(72)가 이끄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의 ‘드보르작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BFO는 1983년 이반 피셔가 직접 창단한 악단으로 글로벌 음반회사 도이체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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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곡은 드보르자크가 1889년 작곡한 교향곡 제8번.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지만 군데군데 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이반 피셔는 단원들의 연주를 지속적으로 끊고 곡에 대한 본인만의 해설을 덧붙였다. ‘슬프지만 에너지를 품은 느낌으로’ ‘젊은 영혼을 가진 늙은이의 감성을 담아’ 등의 해석이 덧붙여져 드보르작이 구현하고자 했던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색채가 완성됐다.
이반 피셔는 공연 전에 진행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총감독 니콜라 베네데티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살아 남기 위해 바뀌어야 합니다. 몇백년 전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걸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객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개발하길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해요.” 에든버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