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 대폭 정비…"범죄억지력 높인다"

제126차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설정 범위, 유형 분류 등 심의
이상원 양형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가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침해 범죄의 양형기준이 새롭게 마련되는 등 지식재산권범죄의 양형기준이 대폭 정비된다. 기술유출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탄탄히 갖춰 범죄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8일 제126차 양형위원회 정기 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권범죄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글로벌 산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기술유출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피해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19년부터 4년간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그쳤다. 지난해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로 2020년 18개월 2021년 16개월이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양형위는 지난 6월 12일 열린 제125차 양형위에서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정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양형위 임기인 2025년 4월 전에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정비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날 양형위는 지식재산권범죄의 양형기준 설정 범위, 유형 분류 등을 집중적으로 심의했다.우선 지식재산권범죄의 기존 설정 범죄에 더해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침해 △전략기술 국외·국내 침해 △방위산업기술 국외·국내 침해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양형기준을 추가 설정하기로 했다.

지식재산권범죄의 양형기준 유형 분류도 손본다. 유사한 특성을 가진 범죄를 대유형으로 묶어 양형인자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법정형이 유사한 범죄를 소유형으로 묶어 형량범위를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세웠다.

대유형은 △등록권리침해행위 △저작권침해행위(저작재산권침해·기타 저작권 관련 침해 이상 소유형) △영업비밀침해행위(국내침해·국외침해)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누설도용·국내침해·산업기술등국외침해·국가핵심기술등국외침해) 등으로 정리했다.기술유출범죄군이라는 별도 범죄군은 신설하지 않는 대신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내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라는 독립된 유형을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만약 해당 범죄군을 신설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위반범죄가 2개의 범죄군으로 흩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다양한 지식재산권범죄를 하나의 범죄군 틀 내에서 정리해 제시하면 효율적인 반면 새로운 범죄군을 신설할 경우 해당 범죄군을 찾는 데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피해액 또는 피해 정도에 따른 유형 분류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해기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형위는 권고 형량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에 대한 설정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향후 양형위 전체회의 및 공청회,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전체회의에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