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산사태 복구도 못 했는데"…밤에도 잠 못 드는 예천 주민들

벌방리 주민들 마을회관으로 속속 대피…군청 전 직원 비상 대기
"오늘 밤은 잠 못 잘 것 같아요"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9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지난달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초토화된 마을은 여전히 복구가 한창이었다. 포클레인과 트럭이 커다란 돌과 흙더미 등 산사태 잔해를 연신 퍼냈다.

복구 노력 덕에 마을은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을 보였으나 산사태에 휩쓸린 마을은 여전히 황폐했다.

곳곳에 태풍을 대비하기에는 너무 많이 부서진 집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덜 부서진 집에서는 태풍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종이상자와 비닐로 부서진 곳을 메우고 있었다.
벌방리 주민 김종태(85)씨는 "저번에 집채만 한 바위가 떠내려왔는데, 이번 태풍은 좀 덜하겠지"라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선명애(52)씨는 "오늘도 태풍이 오니까 마을회관으로 가야 한다"며 "비만 오면 무조건 회관으로 대피해야 한다"며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벌방리 마을회관은 이미 대피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주민들은 "또 비 온다.

비 온다"며 웅성거리기도 했다. 마을회관 주변에 설치된 텐트와 구호 물품들이 바람이 날려갈까 봐 주민들이 나서서 정리하기도 했다.

마을회관에 남은 주민들은 실종된 주민에 대해서도 "얼른 찾아야 하는데 못 찾으니까 걱정이 된다"며 "동네 전체가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마을회관 옆으로는 수해 피해 임시 주거용 주택 설치도 한창이었다.

총 11동이 설치된 임시 주거용 주택에서는 태풍에 대비한 모래주머니도 쌓여 있었다.
또 다른 산사태 피해 마을은 진평2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산사태 잔해는 정리가 됐으나 황폐한 모습이 역력했다.

진평2리 이장 윤병규(65)씨는 "태풍이 심하게 와서 위험하게 되면 주민 전체가 대피할 것"이라며 "태풍이 심하다고 해서 오늘 밤에는 잠은 못 잘 것 같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실종자 수색도 점차 굵어지는 빗방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태풍으로 인해 중장비를 동원한 포인트 수색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천군에서는 지난달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민 또한 33가구 58명이 남아 있다. 예천군 관계자는 "산사태 피해 응급 복구 현황은 대략 80% 정도로 보고 있다"며 "태풍 예비특보 상황이라 각 부서에서 현장점검을 하며 전 직원이 비상근무 대기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