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는 사람부터…잼버리 동원령에 공무원들 '부글부글'

사진=뉴스1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태풍의 영향으로 대피하면서 공직사회에도 불똥이 튀었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잼버리와 무관한 공공기관 직원들까지 ‘자원봉사’ 형식으로 동원하면서 공무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9일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11일 예정된 페영식과 K팝 콘서트를 위해 추가로 각 부처와 공공기관서 자원봉사자 1000여명을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형식은 자원봉사자 모집이지만 실제론 '동원'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인천시는 부서마다 토익 등 영어 관련 시험점수가 있는 사람을 우선 차출해 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무는 숙소 현장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청 소속 공무원은 “잼버리 행사 지원에 긴급 투입되다 보니 다른 근무자에게 업무 인수인계조차 하지 못하고 일단 몸만 나왔다”고 토로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11일 폐영식과 K팝 콘서트 지원을 위해 40명의 자원봉사자 정원을 할당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는 K팝 콘서트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40여 개 공공기관에 인솔 인력을 달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러나 공무원과 공공기관, 금융공기업 직원들을 차출하는 것에 대하여 ‘모른 척’하고 있다. 정부 비상대책반 간사를 맡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브리핑에서 “자원봉사자 1000여명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이번 행사에 동원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눙쳤다. 수당지급 계획도 알려지지 않았다.

갑작스레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용한 각 대학과 지방자치단체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시립대는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의 음식 제공을 위해 재학생과 교직원들의 교내 학생 식당과 본관 식당 이용을 11일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