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미술관 속 해부학자] 건강한 여름을 위해 첨벙!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 중인 가운데 전 세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폭염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7월을 보내며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찜통화(boiling)’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warming) 대신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는 단어로 폭염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는데, 장마가 끝나자마자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반복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여름 휴가지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역시 시원하게 물놀이할 수 있는 바다나 계곡이다. 시원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면 무서운 무더위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여름 휴가철에 물놀이를 떠나지 않아도 우리의 눈과 기분을 시원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이다. 호크니는 1937년 영국 출생의 팝 아티스트로 초상화와 정물화부터 사진, 판화, 무대 디자인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호크니는 1964년 당시 보수적이던 영국 미술계를 떠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해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무더운 캘리포니아 날씨와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수영장 시리즈’ 작품이 널리 알려지면서 ‘수영장의 화가’라고 불리게 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호크니의 수영장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1967년.
‘더 큰 첨벙’은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에 누군가 다이빙대에서 시원하게 수영장 물속으로 뛰어 들어간 모습을 표현했다. 집과 수영장은 수평으로 안정적으로 배치돼 있고, 야자수만이 수직으로 솟아 올라가 있는 정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이런 정적을 깨듯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물보라는 누군가가 금방 물속으로 강하게 뛰어 들어갔음을 암시한다. 밋밋한 배경 속에 섬세하게 묘사된 물살이 강조돼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호크니는 이 짧은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무려 2주간 물의 모습을 지켜보며 생동감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시선으로 다시 그림을 보면, 수영장 속으로 뛰어든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첨벙이는 물 그 이상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호크니는 “물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실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으며 시각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더위에 지친 우리 몸에도 물을 '첨벙'

새로운 것, 변화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이 물과 비슷하다 보니 물을 더 잘 이해하고 그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현재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호크니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새로운 드로잉 기술을 개발하는 등 그의 작품 세계는 여전히 변화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속의 물이 체중의 50~70%라는데, 이런 체액(體液)은 어디에 있을까? 몸무게가 70㎏인 남성을 예로 들면 몸속의 물은 42L로 세포내액이 3분의 2이고, 세포외액이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한다. 세포내액은 근육이나 심장, 콩팥과 같은 장기의 세포 속에 있다. 세포외액은 세포 사이의 간질액, 혈액 속의 혈장, 체강액 등이다.

간질액은 세포 주위를 싸고 있는 액체로 세포대사 등을 담당하고, 혈장은 세포에 영양과 수분, 전해질을 운반하고 대사노폐물을 세포 밖으로 배출한다. 체강액은 흉강(pleural cavity), 심강(pericardial cavity), 복강(abdominal cavity)을 둘러싸고 있는 막 속의 액체다. 그 외 타액이나 배설물 같은 분비물과 뇌척수액, 관절의 활액 등의 체액이 있다.이런 체액은 몸 안에서 그 양과 산염기, 전해질 등의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땀으로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이 소실돼 어지러움이나 갈증이 유발되기 쉽다. 여름철 건강을 위해 호크니의 삶이나 작품 속의 물과 같이 우리 몸속의 물도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은 폭염을 이기기 위해 호크니의 시원한 그림을 보며 평소보다 물 한 잔을 더 마셔 보는 건 어떨까.

이재호 계명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