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간 시장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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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지원 부처가 스타트업과 경합“민간의 상권 분석 사업을 (정부가) 침해할 우려가 없도록 면밀하게 사업 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데이터 개방 등 기본 집중해야
최형창 중소기업부 기자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2회계연도 결산 주요 사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준비 중인 ‘소상공인 상권 빅데이터 플랫폼’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려’를 밝혔다. 정부가 지나치게 민간 영역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직설적으로 내놓은 것이다.중기부는 올해 92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상권 정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나섰다. 매출, 임대료, 대출 현황 등 소상공인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상가, 매출 정보, 유동 인구 등 자료를 취합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예산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보기에 따라선 창업 지원 주무 부처인 중기부가 상권 정보 스타트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사업을 벌이는 스타트업만 총 8개였다. 이 중에는 중기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지원받는 기업도 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중기부가 되레 플레이어로 참여해 스타트업의 먹거리를 뺏어 먹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선 엄연히 민간과 공공의 영역이 구분돼 있다. 칼로 자른 것처럼 명확하진 않겠지만 통상 수익이 나지 않아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거나, 민간이 운영하면 국민 편의에 지장이 있는 사업일 경우 공공이 나선다.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민간 영역에 공공이 사업자로 뛰어들었다가 큰 상처만 남긴 사례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공직자 전용 메신저인 ‘바로톡’과 경기도가 만든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이 대표적이다. 공직자 전용 메신저는 의무 가입을 강권했다가 지난 1월 전격 운영을 중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야심 차게 선보인 배달특급은 도민 세금을 과도하게 투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지역화폐 예산 축소로 명맥을 유지할지조차 불투명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정책 기조에 맞춰 중기부도 모든 것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기보다는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커나갈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