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뿐 동기도 타깃도 없었다"…조선·정유정과 달랐던 최원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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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선·정유정은 적개심에 범행…최원종은 이와 양상 달라"
최, 줄곧 "나를 해치려는 스토킹집단 있다"…경찰, 모방범죄 가능성 낮다 판단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최원종(22)은 정신질환 치료를 포기한 상황에서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계속된 망상 속에서 무차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래 살인사건'의 범인 정유정,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조선이 일반 상식에선 이해가 어렵더라도 각자의 범행 이유와 대상이 있었던 것과 달리 최원종의 범행에는 망상 외의 구체적인 동기도, 타깃도 없었다. 9일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의 발표에 따르면 최원종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당시는 최원종이 성인이 된 해로, 이 진단은 성인에 대해서만 내려질 수 있다고 한다. 최원종은 이와 함께 '사회공포증' 진단도 함께 받았다.
사회공포증은 대인기피증이 보다 심화한 증세로, 조현성 인격장애를 판단하기 전 단계의 진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원종은 성인이 된 후 5년여간 받아오던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부터는 줄곧 피해망상 증상을 겪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원종은 최초 체포된 이후부터 줄곧 "나를 해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진술을 계속하고 있다.
성인이 된 후 분가했던 최원종이 범행 이틀 전 부모가 있는 본가로 들어온 것도 망상에서 비롯된 위협을 견디지 못해서였다고 한다. 스토킹 집단으로부터 피해를 보리라는 망상에 빠진 그는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자신이 공격당할 거라는 착각 속에 일을 저질렀다.
이러한 최원종의 '범행 동기'는 최근에 벌어진 정유정과 조선의 범행 동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유정을 구속기소 한 부산지검은 "어려운 경제·생활환경에 대한 강한 불만이 또래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은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고 직접 진술한 바 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현실에서 겪은 불만과 열등감이 보복심리로 발전했다는 개연성이라도 추론해볼 수 있다.
반면 최원종의 범행은 '동기 없는' 범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없다. 구체적인 범행 대상도 없이 눈에 보이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원종의 범행으로 다친 시민들은 연령대가 20∼70대로 일관성이 없었고, 이 사건 사망자인 60대 여성은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가던 평범한 주부였다.
정유정이 같은 또래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조선이 젊은 남성들만을 노려 범행한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최원종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할 순 없지만 피해자 중에 스토킹 집단 조직원이 있을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진술을 계속했다.
범행 장소를 서현역으로 정한 것도 "주거지 근처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스토킹 집단 조직원이 다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진술로 일관했다.
"신림동 사건을 모방하지 않았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원종의 휴대전화 및 PC 포렌식에서도 신림역 사건 관련 검색·방문 횟수는 유의미하다고 볼 정도로 많지 않았다.
최원종이 저지른 사건 내용만 놓고 보면 2008년 6월 일본 도쿄 전철 아키하바라역 부근에서 가토 도모히로(당시 25세)가 벌인 묻지마 살인 사건과 닮은 구석이 많다.
가토는 아키하바라역 부근 대로로 트럭을 몰고 돌진해 행인을 치고, 이후 차에서 내려 주변 쇼핑객들을 흉기로 마구 찔렀다.
이에 따라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그러나 가토 역시 온라인상에서 열등감과 좌절감을 토로하며 "만일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나는 나의 직업을 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선 최원종과 차이를 보였다.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가토는 지난해 7월 처형됐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선과 정유정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통상적으로 추구되는 가치가 본인 삶과 전혀 연동되지 않는, 소위 잃을 게 없는 상태에서 적개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같은 묻지마 사건이라도 최원종과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원종은 정신 병력이 있었고,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행에 이르렀다"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대전 교사 공격범과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크게 현실 불만과 정신질환, 마약류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조선과 정유정이 현실 불만에 기인했다면 최원종은 정신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각각의 요인이 다를지라도 한 사건이 불쏘시개가 돼 비슷한 범죄가 연쇄적으로 터질 순 있다"며 "보다 세부적인 진단과 통계를 통해 묻지마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최, 줄곧 "나를 해치려는 스토킹집단 있다"…경찰, 모방범죄 가능성 낮다 판단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최원종(22)은 정신질환 치료를 포기한 상황에서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계속된 망상 속에서 무차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래 살인사건'의 범인 정유정,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조선이 일반 상식에선 이해가 어렵더라도 각자의 범행 이유와 대상이 있었던 것과 달리 최원종의 범행에는 망상 외의 구체적인 동기도, 타깃도 없었다. 9일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의 발표에 따르면 최원종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당시는 최원종이 성인이 된 해로, 이 진단은 성인에 대해서만 내려질 수 있다고 한다. 최원종은 이와 함께 '사회공포증' 진단도 함께 받았다.
사회공포증은 대인기피증이 보다 심화한 증세로, 조현성 인격장애를 판단하기 전 단계의 진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원종은 성인이 된 후 5년여간 받아오던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부터는 줄곧 피해망상 증상을 겪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원종은 최초 체포된 이후부터 줄곧 "나를 해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진술을 계속하고 있다.
성인이 된 후 분가했던 최원종이 범행 이틀 전 부모가 있는 본가로 들어온 것도 망상에서 비롯된 위협을 견디지 못해서였다고 한다. 스토킹 집단으로부터 피해를 보리라는 망상에 빠진 그는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자신이 공격당할 거라는 착각 속에 일을 저질렀다.
이러한 최원종의 '범행 동기'는 최근에 벌어진 정유정과 조선의 범행 동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정유정을 구속기소 한 부산지검은 "어려운 경제·생활환경에 대한 강한 불만이 또래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은 "나보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고 직접 진술한 바 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현실에서 겪은 불만과 열등감이 보복심리로 발전했다는 개연성이라도 추론해볼 수 있다.
반면 최원종의 범행은 '동기 없는' 범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과의 접점을 찾을 수 없다. 구체적인 범행 대상도 없이 눈에 보이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원종의 범행으로 다친 시민들은 연령대가 20∼70대로 일관성이 없었고, 이 사건 사망자인 60대 여성은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가던 평범한 주부였다.
정유정이 같은 또래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조선이 젊은 남성들만을 노려 범행한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최원종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할 순 없지만 피해자 중에 스토킹 집단 조직원이 있을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진술을 계속했다.
범행 장소를 서현역으로 정한 것도 "주거지 근처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스토킹 집단 조직원이 다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진술로 일관했다.
"신림동 사건을 모방하지 않았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원종의 휴대전화 및 PC 포렌식에서도 신림역 사건 관련 검색·방문 횟수는 유의미하다고 볼 정도로 많지 않았다.
최원종이 저지른 사건 내용만 놓고 보면 2008년 6월 일본 도쿄 전철 아키하바라역 부근에서 가토 도모히로(당시 25세)가 벌인 묻지마 살인 사건과 닮은 구석이 많다.
가토는 아키하바라역 부근 대로로 트럭을 몰고 돌진해 행인을 치고, 이후 차에서 내려 주변 쇼핑객들을 흉기로 마구 찔렀다.
이에 따라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그러나 가토 역시 온라인상에서 열등감과 좌절감을 토로하며 "만일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나는 나의 직업을 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선 최원종과 차이를 보였다.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가토는 지난해 7월 처형됐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선과 정유정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통상적으로 추구되는 가치가 본인 삶과 전혀 연동되지 않는, 소위 잃을 게 없는 상태에서 적개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같은 묻지마 사건이라도 최원종과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원종은 정신 병력이 있었고,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행에 이르렀다"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대전 교사 공격범과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크게 현실 불만과 정신질환, 마약류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조선과 정유정이 현실 불만에 기인했다면 최원종은 정신질환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각각의 요인이 다를지라도 한 사건이 불쏘시개가 돼 비슷한 범죄가 연쇄적으로 터질 순 있다"며 "보다 세부적인 진단과 통계를 통해 묻지마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