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정신은 '행복하기'"…서울 투어 스카우트 함박웃음(종합)

코스타리카 대원들 YGX 찾아 케이팝 춤 연습
스위스·대만 대원들은 성균관 명륜당, 길상사 방문
"세계 스카우트잼버리의 목적이자 정신은 '행복하기'(Being Happy)입니다. "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X 아카데미엔 코스타리카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로 북적였다.

새만금 전날 서울 구로구 동양미래대학교로 철수한 코스타리카 대원들은 YG엔터테인먼트의 안무가 소속사인 YGX의 연습실을 찾아 K팝 댄스를 배웠다.

수업 시작 전 만난 코스타리카 대원 호수헤(17)군은 "블랙핑크 지수의 '왕팬'"이라면서 "마침 K팝 안무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 우리 모두 놀랐고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새만금에서 다양한 국가 출신의 대원을 만났고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행복했는데 급작스럽게 떠나게 돼 아쉬웠다"고도 했다.

오후 4시30분께 본격적인 안무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은 YGX 소속 댄서 다니 씨가 맡았다. 통역사가 "오늘 배울 안무는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솔로곡인 '꽃'"이라 말하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사가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묻자 9명의 대원이 손을 번쩍 들기도 했다.

대원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약 1시간 동안 춤을 배웠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원 앤 투 앤 쓰리 앤 포', '딴딴', '에이'와 같은 말만으로도 수업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대원들은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안무를 끝내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옆 친구에게 자랑하는 대원도 있었다.

스카우트 목걸이도 내던지면서 춤을 익히는 대원도 있었다.

수업은 살사 춤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코스타리카 대원들의 요청에 음악이 흘러나오자 대원들과 인솔자들 모두 곧장 2명으로 짝지어 현란한 발 스텝을 밟았다.
전날 서울로 철수한 스위스 대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조선시대 유생 복장인 유복을 입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명륜간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유복을 입어 본 플로리안(19·스위스)은 "한국 전통의상은 너무 멋지다"며 "한국의 '소울'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더운 날씨에 유복을 걸친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땀이 흘렀지만 표정은 밝아 보였다.

천연기념물 제59호인 명륜당 은행나무, 진사식당 등을 돌아보며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한국식 손 하트'도 잊지 않았다.

플로리안은 "성균관대가 굉장히 오래된 학교라고 들었는데 멋있다"며 "열린 자세로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 기다리고 있다.

한국 문화를 더 경험하고 싶다.

행복하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서울 성북구에선 전날부터 고려대 기숙사에 묵는 대만 잼버리 대원 60명이 오전 10시께 사찰 길상사를 둘러봤다.

성북구청은 고려대에 있는 400명의 대만 대원이 조를 나눠 선잠 단지와 길상사, 우리 옛돌박물관, 의릉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원들은 더운 날씨에 쓰고 있던 모자나 손으로 부채질하며 길상사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법정 스님의 진영(眞影)을 모신 진영각 앞에선 '무소유'의 의미를 고찰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가이드가 "진영각 안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수십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손을 번쩍 들고 줄을 서 차례로 내부를 살펴봤다.

전날 성균관대 기숙사에 짐을 푼 아멜스(16)는 지난밤 숙소가 어땠는지 묻자 "(새만금) 야영장과 비교했을 때 기숙사는 방도 있고 시원하고 샤워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서울시는 10개 자치구 13개 시설에 9개국 잼버리 대원과 관계자 3천210명을 맞이하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 등을 긴급히 마련했다. 서울 곳곳으로 흩어진 참가자들은 한강 수상스포츠 체험, 야간 명산 트래킹, 한강변 클라이밍 등을 체험하면서 잼버리 조기 철수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