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감독' 정우성 "영화 '보호자'는 나다운, 나만의 작품"

15일 개봉하는 영화 '보호자'에서
감독·주연 맡은 정우성 인터뷰

"독창적 액션신 만들기 위해
레퍼런스도 모으지 말라고 해
매력적인 영화로 다가갔으면"
배우와 감독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촬영 현장에선 함께 일하지만 배우는 극중 인물과 하나가 된 듯 장면에 몰입해야 하고, 감독은 한 발짝 떨어져서 극 전체를 봐야 하니까.

30년차 배우 정우성(50)은 서로 다른 이 역할들을 동시에 해냈다. 이달 15일 개봉하는 영화 '보호자'에서 총감독과 함께 주연 '수혁'을 맡았다. 정우성이 장편영화 감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로선 30년차 '베테랑'이지만, 감독으로선 '신인' 위치에 선 것이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영화를 제작하는 내내 스스로를 입증하는 기분이었다"며 "그 어떤 사람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것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했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액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정우성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낸 영화다. 큰 줄거리는 어둠의 세계에 살던 수혁이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딸을 납치한 우진(김남길 분)과 진아(박유나 분), 자신을 질투하는 2인자 성준(김준한 분)과 격렬한 액션을 벌인다. 맨몸 격투, 칼싸움, 총격씬은 물론이고, 폭탄 폭발과 자동차 추격씬까지 등장한다.

정우성은 영화를 만들면서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체 줄거리나 액션 장면을 구성할 때, 연출 스탭들이 레퍼런스 자료를 이것저것 가져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제 찾지 말라'고 했어요. (기존에 있는 것을) 구현할 수도 없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수혁의 감정에 몰입하고 고민하면 자연스레 액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호텔 로비 씬'이다. 호텔 로비에서 역동적인 드리프트로 자동차를 빙빙 돌리면서 악당들을 떼어내는 장면이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악당을 칼로 찌르거나, 총으로 쏘진 않는다. "아이에겐 평범한 아빠였으면 좋겠어"라는 연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정우성은 "이 장면에서 육체적인 폭력은 제한했다"며 "차를 이용해 수혁의 야수성을 숨기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첫 감독 데뷔인 만큼 정우성은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고민했다고 했다. 한창 촬영 중이던 2020년엔 부친상을 당했지만, 스케줄을 하루이틀 미루는 것도 피해가 될까봐 짧게 장례를 치르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남길도 "해외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일 땐 '정우성도 떠는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시더라"고 했다.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는 15일 관객이란 시험대 앞에 선다. 영문 제목은 '어 맨 오브 리즌(A man of reason)'. "폭력에 익숙한 남자가 왜 큰 슬픔 앞에서도 폭주하지 않는지, 그 남자의 이유에 대해 들여다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보호자'가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영화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