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서 혼자 넷플릭스 보다가 '앗'…"사업 아이템 떠올렸죠" [긱스]
입력
수정
전희재 넷플연가 대표 인터뷰커뮤니티 플랫폼 '넷플연가'는 "넷플릭스 보는 날이면 연희동에 가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넷플연가 운영사 세븐픽쳐스의 전희재 대표가 연희동에 살고 있어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넷플릭스를 혼자 보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시작해 지금은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넷플연가 사업을 하기 전 수영선수, 문화예술 PD, 스타트업 지원 매니저 등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전 대표를 만나 모임 플랫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2018년 즈음이었어요. 어느 날 새벽, 원룸에서 혼자 넷플릭스를 보다가 '나같이 밤에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드는 사람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죠. 2019년 4월 정도부터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전희재 세븐픽쳐스(넷플연가) 대표는 "당시 독서 모임 커뮤니티 등에도 사람들이 돈을 내면서 만남을 추구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가능성을 느꼈다"며 "과거에 창작자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적정한 수익도 내면서 효과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넷플연가를 사업화한 것은 2020년 4월께다.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가 닥치며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임 일정을 잡아 놓아도 기약 없는 연기가 계속됐다. 전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면 뉴스를 통해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확인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년여를 버티자 기회가 찾아왔다.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넷플연가를 통해 진행되는 모임(주제 기준)만 400여 개에 이른다. 누적으로는 2000개가량의 주제 모임이 이뤄졌다. 주제 모임 하나당 10명 안팎의 인원이 4차례 만난다.전 대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친구를 만나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회사명은 세븐픽쳐스, 서비스명은 넷플연가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A. 제가 문화예술과 스타트업에 둘 다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미술 작품을 공유하고 알리는 그런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일주일간 매일 작품을 소개한다는 의미로 세븐픽쳐스로 사명을 정했죠. 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망했는데 폐업은 안 하고 사업을 전환했죠. 넷플연가 서비스가 영화 등을 다루는 것이다 보니까 회사명과도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넷플연가는 '넷플릭스 보는 날이면 연희동에 가야 한다'는 의미인데,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 차용한 거죠. Q. 모임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요?
A. 저희가 기획하기도 하고요. 이용자 본인이 전문성을 가졌다고 하면 주제 제안을 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자기는 그냥 스타트업 직원인데 취미로 '전통주 소믈리에'를 한 4~5년 했다면 전통주 관련 주제 모임을 열 수도 있죠. 실제 자기 집에서 노트북 치면서 전통주 빚는 사람들 있어요. '모임장'이 되면 저희가 교육을 하기도 하고요.
Q. 모임장은 어떤 분들인가요?
A. 전문가도 있고요. 모더레이터가 될 수 있는 분을 모시기도 하죠. 모더레이터 인터뷰 과정은 100% 줌(화상회의)으로 합니다. 녹화를 한 뒤 자체적으로 평가를 해서 결정하죠. 전문가 중엔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 음악평론가 배순탁 작가, 박준우 셰프 등도 있었고요. 일반인들도 있죠. 그냥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요구도 있어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편입니다.Q. 모임 장소는 어디로 하나요?
A. 일반적으로 역에서 가까운 곳에서 많이 하고 싶어 해요. 비용 문제로 보통 걸어서 역에서 5~10분 정도 안에 있는 곳에 잡죠. 4곳 정도는 자체 공간을 마련했고요. 10곳 정도는 파트너 공간을 빌려요. 자체 공간은 홍대, 서대문, 을지로, 사당에 있습니다. 모임장들이 자신의 작업장에서 모임을 열기도 하고요.Q. 모임당 인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A. 모임 하나당 최대 인원은 12명이고, 보통 10명 안팎 정도가 함께합니다.
Q. 유료 멤버십 서비스입니다.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한 주제당 3개월간 4번 모임을 갖는 기준으로 17만~23만원 정도입니다. 다른 모임에도 한 번 놀러 갈 수 있고, 이벤트 할인가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고요. 전문가가 함께하는 모임이나 베이킹, 와인, 위스키, 사케 등등 다이닝 살롱 등은 조금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다이닝 모임이 인기가 많은 편이고요.Q. 이렇게 돈을 내고 사람들이 모임을 참여하는 이유가 뭘까요?
A. 어떻게 보면 외로움이나 불안, 지식 습득에 대한 기본적 니즈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 가치를 점점 사람들이 알게 되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사실 무료 모임들도 많은데 기본적으로 '퀄리티 컨트롤' 장치가 없으면 커뮤니티는 안 좋은 쪽으로 가거든요. 기본적으로 '노쇼'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무례한 사람이 올 수도 있고, 준비가 안 된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차라리 적당한 돈을 내고 준비가 된 사람들과 만나 재미있게 놀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함께 책을 읽든, 위스키를 마시든지요.
Q. 참여하는 분들 나이대는 어느 정도인가요?
A.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 정도까지가 제일 많은 것 같아요.
Q.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거라 부작용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A. 기본적으로 20만원가량을 내고 모임에 나오는 거라면 상식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는 '피드백'도 적나라하게 받는 편이에요. 그동안 누적으로 2000개 넘는 주제로 모임을 운영하면서 공식적으로 조치한 건 3건밖에 없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환불해주고, 모임에서 빠지게 조치했고요.Q. 독서 커뮤니티로 유명한 트레바리와 넷플연가의 차이점은 뭔가요.
A. 트레바리는 성장이나 지적인 대화, 교수님 같은 분들이 많은 플랫폼인 것 같고요. 저희는 '대학교 동아리' 같은 느낌을 추구합니다. 저희 키워드는 '펀'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건강하게 재미있게 노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게 지적인 대화일 수도 있고, 뭔가 마시는 걸 수도 있는데 대중적인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투자는 받으셨나요?
A. 작년 10월에 프리 시리즈A가 마무리됐어요. 15억원 정도 투자받았습니다.
Q. 돈은 버시나요?
A. 저희는 기본적으로 마케팅이나 신사업을 무리하게 하지 않으면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100% 매출이 있으면 20~40% 정도가 모임장한테 돌아가고, 10~20% 정도는 공간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마케팅하고 인건비거든요. 저희가 최근 마케팅과 인건비 지출이 조금 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하고 있어서 적자가 좀 있어요.Q.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시나요?
A. 사람들이 서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고, 편견을 안 가지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보는데요. 요즘 '오픈 카톡방'을 좀 재밌게 보고 있어요. 오픈 카톡방은 소모임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불편한 점이 많죠.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올리기도 하고요. 저희는 오픈 채팅형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퀄리티 컨트롤이 안 되는 카톡방에도 1000명씩 들어가 있는데, 저희의 좋은 모임장들이 1000명의 팬을 만들면 비즈니스가 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기에도 좋겠죠. 주제별로 가능하고, 관리도 조금씩 해주면서요.
Q. 이력이 독특하신 거 같습니다.
A.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수영선수를 8~9년 정도 했고요. 전국 소년체전에서 2위를 할 정도였으니 나쁘진 않았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외고에 진학한 뒤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에 갔죠. 대학 시절에는 연극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거 같아요. 문화예술 쪽 PD도 했고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그냥 덜컥 지원했는데 되기도 했죠. 당시에 문화예술계 쪽 PD들이나 기획자들하고 1~2년 정도 계속 교류를 했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아산나눔재단에서 일하기도 했죠. '창작자들과 기획하거나 오퍼레이션 해주는 게 잘 맞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게 되게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Q.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은 많은 곳이 시도할 거예요. 카카오톡도 하고 있고, 당근마켓도 하고 있고요. 과거엔 목적 중심이 많았거든요. '틴더' 같은 서비스도 있고요. 저희는 낯선 사람들을 연결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 쪽 일을 하면서 어떤 선배한테 들은 얘기인데요. 사람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보고 죽어도 미디어에서 접한 사람까지 다 합쳐서 전 세계 0.04%만 보고 죽는데요. 그런데 사람을 잘 안 만나는 분이라면 그보다 훨씬 적겠죠. 물론 모든 사람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세계가 좀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사람의 수명은 계속 길어지는데 저희는 이왕이면 친구를 만나듯 만나는 방식을 계속 만들어주고 싶은 거죠. 저희는 넷플연가를 통해 좋은 인연이 생기는 것도 당연히 환영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