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카눈'에 물바다된 군위…"둑 터지고 30분만에 곳곳 잠겨"

소방구조대 보트 이용, 혹시나 모를 실종자 수색…지붕만 보이는 집도
근심 가득 주민 "이런 비 처음"…"가재도구 하나 못 챙겼다" 발동동
"갑자기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소며 염소며 아무것도 못 건졌습니다. "
제6호 태풍 '카눈'이 폭우를 쏟아낸 10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군위군이 태풍이 쏟아낸 비에 신음하고 있었다.

곳곳이 물에 잠겨 물바다 그 자체였다.

매곡리 산간 마을은 마을 진입로가 유실돼 7가구가 고립됐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에 유실된 도로 위로 거친 물살이 흘렀다.

고립된 주민이 걱정된 한 주민은 유실된 도로에 진입하려다가 "도저히 못 가겠다"며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불로리에서는 남천 제방이 터지며 하천 양옆 저지대가 물에 잠겼다. 미리 대피한 주민들의 차량이 하천 옆 고지대 도로에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물에 잠긴 마을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병수리는 하천 제방이 유실되며 피해가 컸다. 마을 하나가 통째로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집과 장비들의 꼭대기만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
주민들은 도로까지 넘친 물가에서 잠겨있는 집들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주민 이기성(52)씨는 "열두 시쯤부터 물이 찼다"며 "제방이 터져서 30분도 채 안 돼 갑자기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물건 하나 못 챙겼다"며 하소연했다.

또 "소며 염소며 아무것도 못 건졌다"며 "이런 비 피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정분(66)씨는 "주민 하나가 물에 잠겨서 머리가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며 "소방관이 구조했는데 심폐소생술을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20년 전 태풍 루사 때도 고무대야에 사람을 태워 밀고 나올 수 있었다"며 "지금은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물이 좀처럼 빠지지 않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소방구조대는 보트를 이용해 혹시 모를 실종자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