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현동 특혜 의혹' 17일 검찰 출석
입력
수정
지면A31
피의자 신분…올들어 4번째 소환조사검찰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를 소환조사한다. 지난 3월 위례·대장동 개발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이 수사 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최근 불체포특권을 포기한 것을 고려하면 검찰이 소환조사 후 이 대표 신병 확보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허가 특혜 제공과정 개입 정황"
압박강도 높여 구속영장 가능성
李 "뻔한 의도…당당히 응할 것"
'법인카드 유용' 김혜경 수행비서
1심서 징역 10개월·집유 2년 선고
○네 번째 검찰 출석 눈앞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이 대표가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두 번, 성남FC 사건으로 한 번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심이 윤석열 정부에 등 돌릴 때마다, 무능한 정권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검찰이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며 “대장동 수사로 무려 1년이 넘게 저의 모든 것을 탈탈 털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것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옥죄어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뻔한 의도임에도 당당히 소환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아시아디벨로퍼가 이 대표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구속 기소)를 영입한 지 얼마 안 돼 성남시로부터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사업을 인허가받았다는 내용이다.
아시아디벨로퍼는 2015년 2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11만1265㎡ 규모 부지를 매입해 두 달 뒤인 4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 번에 부지 용도가 네 단계나 상향 조정됐다.‘100% 민간임대’였던 개발 계획도 그해 11월 크게 바뀌었다. 민간임대 가구는 전체의 10%인 123가구로 줄었고 나머지 90%를 분양주택(1100가구)이 차지했다. 이 덕분에 아시아디벨로퍼가 최대 주주(지분율 46%)인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분양이익 3185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개발사업의 배당이익으로만 약 700억원을 벌어들였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구속 기소)의 요청을 받아 친분이 있던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만나 백현동 개발사업에 필요한 특혜를 받아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의사결정권자이자 인허가권자인 이 대표가 인허가 특혜 제공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 구속 적극 나설 듯
이 대표는 배우자 김혜경 씨의 수행비서 배모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더욱 불리한 형세에 놓이게 됐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이날 배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배씨는 2021년 김씨가 20대 대선과 관련해 주재한 오찬 모임에서 참석자들의 식사비 약 10만원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식사비 결제는 이 대표를 위한 기부행위”라고 판단했다.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검찰이 이번 소환조사를 계기로 이 대표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그동안 위례·대장동, 성남FC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를 구속하려고 했지만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달 ‘정당한 영장 청구’에는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의하면서 이번엔 다른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과거처럼 이 대표를 보호하긴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국회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찬성표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점도 이 대표 측엔 부담이다. 당시 297표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169명) 전원을 동원해 부결시키겠다고 했지만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왔다.
김진성/전범진/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