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백화점된 은행권…대구은행서도 '계좌 불법개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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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국민은행 이어 또다시 은행 직원 '금융 사고'
거액 횡령부터 미공개정보 이용까지…지배구조법 속도낼듯 최근 경남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DGB대구은행에서도 1천건이 넘는 불법 계좌가 개설됐다는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은행권 도덕적 해이 및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그룹 회장들이 연일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잇단 대형 금융 사고가 터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관련 대책의 실효성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서 고객문서 위조 의혹 불거져
10일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 직원들의 고객 계좌 불법 개설에 대한 검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사태 파장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암초를 맞닥뜨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고객 계좌 불법 개설에 관여한 대구은행 직원들은 복수의 지점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이 자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금감원도 검사에 착수한 이상 관여된 직원과 개설된 고객 계좌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사 결과 불법 계좌개설이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행위였음이 드러난다면 대구은행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대구은행의 허술한 대응과 '늑장 보고'도 문제다.
대구은행은 고객 민원을 받고 사건을 인지한 후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며, 영업점에도 지난달 17일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검사를 착수하기 전까지 해당 사안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은행의 한 직원은 "불건전 영업행위가 이처럼 퍼져있다는 사실에 직원들도 놀랐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이를 쉬쉬한다면 선량한 직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되므로 고객을 속인 행위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은행의 금융 사고에 대한 검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1천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대구은행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사업계획의 타당성, 지배구조 이슈 등에 큰 문제가 없으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본인 실적 때문에 고객 계좌를 동의 없이 추가로 개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중은행 인가에도 고려해야 할 중대한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 은행들 왜 이러나…자고 일어나면 사고 터져
대구은행뿐 아니라 최근 은행권에서는 대형 사고가 연일 터지며 내부통제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최근 경남은행에서도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경남은행의 이 직원은 2007년부터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가족 계좌로 대출 상환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동원됐음에도, 경남은행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최근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민은행 증권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뒤 본인 및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직원 본인과 가족 명의 거래로 챙긴 이득이 66억원, 정보를 받은 은행 다른 부서 동료 및 친척, 지인들이 챙긴 이득이 61억원이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의 대형 금융 사고가 연일 뉴스에 나면서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까 봐 우려스럽다"며 "자체 내부통제에만 기대는 시스템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의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조직적이거나 장기간·반복적인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CEO에게도 책임을 묻게 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문화 작업을 마치는 대로 곧 입법예고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여러 대책이 실효성 있게 각 은행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거액 횡령부터 미공개정보 이용까지…지배구조법 속도낼듯 최근 경남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DGB대구은행에서도 1천건이 넘는 불법 계좌가 개설됐다는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은행권 도덕적 해이 및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그룹 회장들이 연일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잇단 대형 금융 사고가 터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관련 대책의 실효성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서 고객문서 위조 의혹 불거져
10일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 직원들의 고객 계좌 불법 개설에 대한 검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사태 파장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암초를 맞닥뜨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고객 계좌 불법 개설에 관여한 대구은행 직원들은 복수의 지점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이 자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금감원도 검사에 착수한 이상 관여된 직원과 개설된 고객 계좌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사 결과 불법 계좌개설이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행위였음이 드러난다면 대구은행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대구은행의 허술한 대응과 '늑장 보고'도 문제다.
대구은행은 고객 민원을 받고 사건을 인지한 후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며, 영업점에도 지난달 17일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검사를 착수하기 전까지 해당 사안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은행의 한 직원은 "불건전 영업행위가 이처럼 퍼져있다는 사실에 직원들도 놀랐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이를 쉬쉬한다면 선량한 직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되므로 고객을 속인 행위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은행의 금융 사고에 대한 검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1천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대구은행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사업계획의 타당성, 지배구조 이슈 등에 큰 문제가 없으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본인 실적 때문에 고객 계좌를 동의 없이 추가로 개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중은행 인가에도 고려해야 할 중대한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 은행들 왜 이러나…자고 일어나면 사고 터져
대구은행뿐 아니라 최근 은행권에서는 대형 사고가 연일 터지며 내부통제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최근 경남은행에서도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경남은행의 이 직원은 2007년부터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며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가족 계좌로 대출 상환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동원됐음에도, 경남은행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최근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민은행 증권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뒤 본인 및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직원 본인과 가족 명의 거래로 챙긴 이득이 66억원, 정보를 받은 은행 다른 부서 동료 및 친척, 지인들이 챙긴 이득이 61억원이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의 대형 금융 사고가 연일 뉴스에 나면서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까 봐 우려스럽다"며 "자체 내부통제에만 기대는 시스템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의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조직적이거나 장기간·반복적인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CEO에게도 책임을 묻게 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문화 작업을 마치는 대로 곧 입법예고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여러 대책이 실효성 있게 각 은행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