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투자제한 조치에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 할 듯 [美, 중국 투자 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하자, 중국은 갈륨 수출통제 등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9일(현지시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중국의 맞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중국은 이달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중국의 갈륨 수출통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네덜란드가 오는 9월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 설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직후 발표됐다. 미국 주도 대중 공급망 흔들기에 대한 맞대응이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시장 점유율잉 각각 94%와 83%에 달한다. 미국도 2018~2021년 사이 갈륨 수입량의 53%가 중국에서 왔다. 게르마늄 중국 의존도도 54%다.갈륨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인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 소재로 활용된다. 갈륨과 마그네슘 수출 제한의 파급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아직 시장 활용도가 크지 않아서다.

문제는 세계 광물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전선을 확대하는 경우다. 세계 광물 공급을 틀어쥔 중국이 수출통제 광물을 계속 추가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광물은 33종에 달한다. 테르븀 디스프로슘 에르븀 루테튬 등 10종은 중국이 100%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와 흑연의 수출통제에 나설 경우 세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어서다.

이밖에도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요 품목으로 수출 통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9월부터 드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 내 드론 시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 DJI 제품이다. 중국 국방부는 수출통제 배경에 대해 “국가 안보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통제 품목은 드론 엔진과 레이저, 통신장비, 안티(Anti) 드론 시스템 등이다. 일부 소비자용 민간 드론도 대상이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