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기 위해 우리가 쓰는 방법들 [책마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아르민 팔크 지음
박여명 옮김
김영사
388쪽|1만8800원
서로 돕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엔 자기 욕심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이 너무나 많다. 왜 그럴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는 실험 경제학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책을 쓴 아르민 팔크는 독일 본 대학교 교수이자 실험경제학연구소 소장이다.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독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이프니츠상과 유럽에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위뢰 얀손상 등을 받았다. 사람은 대개 도덕심이 있다. 양심에 찔리는 일을 하려면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책임 떠넘기기’는 그런 방법의 하나다. 연구자들이 실험을 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회사의 대표와 임원, 직원 2명 등 모두 4명이 100만원의 성과급을 나눠갖는 방식을 통해서다. 첫번째 방법은 각각 25만원씩 나누는 것이고, 두번째 방법은 대표와 임원은 각각 40만원, 직원들에게는 10만원씩 주는 것이다.

회사의 대표는 성과급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서 자기가 직접 결정할 수도 있고, 임원에게 결정을 위임할 수도 있다. 직원들은 회사의 결정에 항의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첫번째 방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자신들도 똑같이 25만원씩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만원을 받게 될 때는 가만있지 않았다. 이 때 비판을 대상이 경우에 따라 달랐다. 대표가 결정했을 때는 대표를, 임원이 결정했을 때는 임원을 비난했다. 결국 회사의 대표는 임원에게 성과급 분배 방식을 위임하면 비판을 받지 않고 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임이 도덕적 궁지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이와 동시에 위임은 부도덕하거나 불공정한 결과를 나올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기업 경영자가 외부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구조 조정, 비용 절감, 정리 해고 등에 나서는 그림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나 여러 조직에서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덕적 회피는 개인 차원에서도 벌어진다.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작은 선행을 하는 게 그런 예다. 친환경 포장재를 쓴 상품을 사면서 ‘이만큼 환경을 위해 노력했으니 더 신경 안 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모르고 그랬다’라거나 ‘기억이 안 난다’ 같은 말도 이런 회피 전략의 일종이다.

사람이 왜 이타적 혹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책이 많다. 게임 이론과 실험 경제학의 발전 덕분이다.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 그렇다고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건 아니다. 가볍지 않고 깊이 있게 이 주제를 다루는 좋은 책이다.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진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을 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