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실리콘 조각이 글로벌 경제 패권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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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1
(111) 디지털 이코노미와 반도체디지털 전환의 모든 분야는 반도체에 빚지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저장장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오늘날 디지털 전환의 기반이 되는 모든 장치 안에는 반도체가 들어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부품이 반도체다. 배터리, 블루투스, 와이파이, 오디오, 카메라 등의 조작이 모두 반도체로 인해 가능해진다.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국제 정세 파악과 산업 전략 수립이 가능.
국가 경쟁력을 좌지우지
언젠가부터 반도체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당연한 부품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반도체는 현대 시스템의 많은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국가 경쟁력이 컴퓨터의 힘에 따라 좌우되어 온 점도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은 21세기 접어들어 반도체 혹은 반도체로 만든 전자 제품의 교역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시아 국가는 반도체를 찍어 내고 휴대폰과 컴퓨터를 조립하며 성장했다.컴퓨터는 근본적으로 수백만 개의 1과 0으로 작동하는 기계다. 스마트폰 위에 보이는 아이콘과 버튼은 물론 이메일과 사진, 유튜브 동영상 모두 디지털 코드로 구성되며, 그 코드는 0과 1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0과 1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류의 흐름을 의미할 뿐이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이러한 전류를 처리한다. 트랜지스터란 0과 1을 처리하고 기억하고 켜고 끌 수 있는 아주 작은 스위치다. 켜지면 1이라는 신호를, 꺼지면 0이라는 신호를 생산한다. 이런 트랜지스터가 실리콘으로 된 작은 조각 위에 수백만 개 혹은 수십억 개가 모인 물건을 반도체라고 한다.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
반도체는 국제 권력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들 같은 빅테크 기업을 떠올지만, ‘실리콘’은 반도체를 의미한다. 반도체는 벨 연구소에서 처음 생산한된 이래로 페어차일드반도체와 인텔을 거쳐 AMD, 마이크론 등으로 계속 이어지며 미국은 반도체를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에도 많은 반도체는 캘리포니아에서 설계하고 만든 도구로 제작한다.중국은 반도체 수입에 지출하는 비용이 석유보다 많다. 중국 관료들은 석유보다 반도체 수입 항로가 막히는 것을 더 걱정한다. 수십억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자체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중국이 대만을 견제하는 이유도 반도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라는 이름의 TSMC는 반도체의 가공과 소형화를 특출나게 잘하는 기업이다. 얼마 전까지 TSMC는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화웨이 양쪽을 최대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만약 대만의 반도체 생산 시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 세계의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자동차 생산, 통신망 등 많은 영역에 차질이 생겨 그 피해는 수천억 달러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컴퓨팅 파워’의 주도권이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확보의 핵심이 된 오늘날, 대만은 반도체 덕분에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