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공공재의 적정량은 정부도 파악하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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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57) 공공재의 공급 방법공공재는 상품 소비를 배제시키기 어려워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고, 가격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가격을 정하더라도 누군가 추가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경합성으로 인해 가격 설정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가격이 없으면 시장을 통한 상품 공급은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지불한다고 해도 필요한 양보다 적게 공급될 것이다. 공급을 시장에 맡기면 시장실패를 야기하는 공공재를 과연 어떻게 공급해야 하는지 살펴보겠다.
‘한계편익=한계비용’ 때 공급량 적정
정부는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 사회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한다. 하지만 모든 공공재가 정부에 의해서만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부문이 자발적으로 공공재를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을 위해 민간 부문이 공원, 가로등 같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방이나 경찰, 소방 같은 공공재는 정부가 아니면 공급하기 어려워 전적으로 정부에 의해 공급된다.정부 주도로 공공재를 공급한다고 해서 공공재의 시장실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량을 공급해야 비로소 시장실패가 해결된다. 적정량보다 적게 또는 그 이상으로 공급하게 되면 희소한 자원을 남용하는 꼴이 되므로 시장실패의 해결이 정부실패를 부르고 만다.그러면 공공재의 적정 공급량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공공재는 경합성이 없으므로 일정량의 공공재가 더 많은 사람에 의해 소비될수록 사회 전체의 편익은 커진다. 소비자 수가 늘어나더라도 비용이 추가로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재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한계편익을 모두 더한 값이 공공재 공급에 필요한 한계비용보다 크다면 공공재 공급량을 늘리고, 반대의 경우라면 공공재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 결국 공공재의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수준만큼 공공재를 공급하면 된다.
정확한 공공재 선호도 조사가 관건
정부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공공재의 양을 파악해 공급하면 공공재의 과소 공급이라는 시장실패 문제를 정부실패를 야기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재의 적정량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비자가 공공재로부터 얻는 편익을 알아야 구할 수 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적재의 경우 개개인이 자신의 편익에 기반을 두고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나 제삼자가 이들의 편익을 알 필요가 없지만, 공공재는 그 편익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편익에 대해 진실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개인이 공공재 공급과 관련해 전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공공재의 편익에 대해 물어본다면 소비자는 편익을 실제보다 과장해 공공재가 더 많이 공급되도록 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공공재 공급 비용 중 일부를 편익에 비례해 부담하는 조건으로 설문을 진행하면 개인은 실제 편익보다 편익을 작게 얘기 공공재가 적정량보다 적게 공급되게 만든다.이처럼 소비자는 거짓 대답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므로 전략적으로 자신의 선호를 왜곡해 표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공공재에 대한 정확한 소비자 선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면 공공재 공급은 비효율적이 되고 만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재를 사용할 소비자들이 거짓된 선호를 밝히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게끔 하는 수요 표출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적절한 유인(인센티브)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수요표출 메커니즘은 최근 들어 많이 연구하는 분야다. 이는 모든 공공재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의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수요 표출 메커니즘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공공재의 적정량을 찾기 위해 수요 표출 메커니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정도만 강조하는 수준에서 설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