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선 멋있게 보였는데…우리가 몰랐던 '직업병'의 비밀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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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행사, 해녀, 택시 기사…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개봉한 한국 영화들 속 직업들이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주목받고 있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세편의 화제작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속 등장인물들의 직업병과 치료 방법을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과 함께 알아봤다.
바닷속에서 활약하는 해녀들…깊이 잠수하면 생기는 일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한 '밀수'는 그간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직업인 해녀가 등장한다. 위험천만한 바닷속 일확천금을 건져 올리기 위해 뛰어든 해녀들의 수중 액션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하지만 현실에서 해녀들은 깊은 바닷속에서 작업을 하는 탓에 '잠수병'에 고질적으로 시달린다고 한다. 잠수병은 수심이 깊은 고압의 물속에서 체내에 축적된 질소가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혈관이나 몸속에 기포를 만들어 혈관을 막는 질환으로 '감압병'이라고도 불린다. 고압의 물속에서 급격한 수면 상승으로 기압의 차이가 발생해 생기는 병이다.잠수병은 증상 정도에 따라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뉘는데, 제1형은 주로 근골격계, 제2형은 신경학적 통증이 발생한다. 극심한 피로감, 피부 질환을 앓게 되는 데다, 중추신경계까지 영향을 끼쳐 의식 소실, 마비로 인한 흉통, 운동 및 언어 장애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병원장은 "몇십년 동안 물질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고령 해녀분들의 경우 후유증을 겪고 계신 경우가 많다"며 "한의학에서는 소풍탕 등 체질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 잠수병으로 인한 만성적인 후유증을 치료하고 혈액 순환과 장애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달 탐사 위해 우주로 간 비행사…잘못했다간 '골다공증 위험'
한국형 SF영화 '더 문'은 달 탐사를 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우리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29년 달 탐사선 우리호가 발사되는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주인공이 혼자 남겨지게 되는데, 나로우주센터의 필사적인 구출 작전을 담아 볼거리를 화려하게 만들었다.영화에선 우주비행사의 책임감 있고 멋있는 모습이 부각되지만, 이들 역시 큰 고충인 직업병이 있다. 정상적인 뼈에 비해 골밀도가 낮아지는 질환인 '골다공증'이 그중 하나다. 무중력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뼈가 약해지고 뼈의 재생속도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 심해지면 등이나 허리에 둔한 통증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이 생기기 쉽다. 특히 골다공증은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뿐만 아니라 노인, 갱년기 여성 등 일반인들도 평소 골다공증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의료계에선 평소 골다공증을 예방할 방법으로 칼슘과 비타민D 등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습관을 지닐 것을 권고한다.
액션신 속 빛났던 택시 기사…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은
1987년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실종된 한국 외교관과 주인공의 구출 여정을 그린 액션 영화 '비공식작전'도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주인공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공항경비대의 추격을 받지만, 우연히 한국인 택시 기사를 만나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이때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 액션은 화려함을 더한다.다만 실제로 택시 기사의 일상은 장시간 한자리에 앉아 운행을 이어가는 만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허리디스크는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제자리를 벗어나 주위의 신경을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근무 시간 내내 운전석에 앉아있는 근무 환경은 허리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서 있을 때보다 척추에 전달되는 압박이 약 1.3배 늘어나기도 한다.
장시간 운전을 할 때에는 허리에 가해지는 압박을 적절히 해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척추와 주변 근육, 인대에 긴장과 피로가 쌓여갈 수 있다. 또한 반복되는 통증을 방치하면 근육과 인대가 지속해서 약해져 디스크의 퇴행을 가속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이 병원장은 "영화들의 줄거리나 시각적 재미도 중요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환경과 행동이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도 생각해서 본다면 영화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