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장 “상임이사 전체 사직서 제출…내 거취도 정부에 맡기겠다”

‘철근 누락’ 단지 5곳 추가 확인
경미하단 이유로 사장 보고도 제외
“참담하고 실망 금할 길 없어”
사진=연합뉴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계속되는 ‘철근 누락’ 사태에 전체 임원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철근이 누락됐지만, 조사 결과에서 제외된 단지가 5곳에 달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LH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외부 기관에 의한 쇄신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LH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임명권자인 국토교통부와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LH는 지난달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 조사 대상에서 무량판이 적용된 단지 10곳을 빼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철근 누락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누락 단지 5곳을 조사 결과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황판 집계조차 못 하는 조직에 존립 근거가 있느냐”고 질타한 지 이틀 만이다.

LH는 이날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는 모두 102곳”이라며 “이중 지하주차장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단지는 20곳”이라고 조사 결과를 정정했다. 20개 단지에 대해서는 긴급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보강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초 발표에서 누락 단지가 제외된 데 대해 이 사장은 “뒤늦게 3~4개 기둥에서만 철근 누락이 확인된 단지는 발표에서 제외됐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마저도 제삼자를 통해 먼저 정보를 듣게 됐다. 참담하고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LH는 내부적으로 철근 누락이 경미한 단지 5곳을 발표에서 제외하고 자체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경기 화성 남양뉴타운 B10블록과 평택 소사벌 A7블록, 파주운정3지구 A37블록은 준공이 이뤄진 단지고, 고양장항 A4블록, 익산평화단지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이 사장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기능 분산을 예고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감사를 진행 중이지만, 국민 신뢰를 위해 경찰과 공정위, 감사원에 수사와 조사를 의뢰했다”며 “외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비대해진 인력 조정과 자체 감리 등 주요 기능 이관, 통합을 가로막는 내부 조직문화 쇄신 등이 거론됐다. 이 사장은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한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부 조직이 살아있다”며 “쇄신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봉사할 수 없단 생각으로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