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엔 큰 기회" 기대감 폭발…560억 '잭팟' 터졌다

2분기 화장품 ODM사 '깜짝 실적' 행진
중소형 화장품 기업 호조에 '실적 축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대표 기업들이 지난 2분기 증권가 예상을 크게 웃돈 호실적을 거뒀다. '인디브랜드'로 불리는 중소형 화장품기업의 성장이 ODM 기업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한국콜마·코스맥스…화장품 ODM사 '깜짝 실적'

사진=한국콜마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가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냈다.

한국콜마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5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65.5% 증가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분기 한국콜마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 403억원을 38% 웃돈 수치다.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쓴 것.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9.3%, 89.3% 뛴 5997억원, 426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업계에서는 코스맥스 역시 영업이익이 167.3% 늘어난 460억원을 거두며 증권가 예상치를 40%대 웃돈 성적을 내놓은 바 있다.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8.3%, 414.4% 늘어난 4793억원, 2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코스메카코리아(2분기 영업이익 265% 증가), 씨앤씨인터내셔널(2분기 영업이익 207% 증가) 등도 잇따라 호실적을 발표했다.

"이커머스·인디브랜드 선전이 ODM사 중장기 성장 기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는 '인디브랜드'로 불리는 중소형 화장품기업의 성장이 ODM 기업의 성장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업력이 대기업보다 짧지만 ODM 기업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트렌드를 따라잡은 인디브랜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국내와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 등에서 약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멀티브랜드숍 채널 부상으로 신규 화장품 브랜드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경기 침체 속 소비자의 구매력 감소로 합리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매김해 인디브랜드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최근 상장에 성공한 마녀공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2년 설립된 마녀공장은 클렌징오일과 에센스, 앰플 등이 히트를 치며 대표 제품 3개 매출로 지난해 전체 매출(1018억원)의 절반(56.1%)이 넘는 571억원을 벌어들였다. 또다른 티르티르의 경우 일본 로드숍에 입점해 지난해 비(非)중화권 매출액이 800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중국에 공장을 둔 ODM사들의 경우 자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 속 현지 업체에 대한 납품 증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제조와 마케팅의 분업이 진행된 한국 특유의 화장품 산업 구조 속에서 성장한 한국 ODM사들에겐 큰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라며 "신규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날 때가 ODM 업체들이 영업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분석했다.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생산시설이 미비한 신생 브랜드가 증가하고 일본·미국·동남아 내 한국 화장품 점유율이 상승한 점 등이 화장품 ODM사의 구조적 성장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화장품 ODM사의 선전은 앞서 실적을 발표한 K뷰티 대표주자들이 부진과 상반되는 흐름이어서 한층 눈길을 끌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에도 증권가 예상에 못 미친 성적을 내놨다. 중국 화장품 시장 회복이 더뎌 국내 면세 산업의 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향후 미국, 일본, 유럽 등 비중국 지역의 중요도가 한층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 하반기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등이 있는 만큼 관련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