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부는 "586 설거지" 바람…총선 시대정신 될까[이슈+]
입력
수정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 '운동권 설거지'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민주화 투사'들이 '운동권 역사관을 설거지하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다.
'설거지론'을 제기한 이들은 주대환 조봉암 기념사업회 부회장,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함운경 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으로 '광우병 선동'에 앞장섰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등이다. 이들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발기인 대회를 열고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결성한다.이들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고 했다. '설거지'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 역시 이들이다.
이들은 발기인 제안서를 통해 "우리는 게으르게도 50년 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계관, 역사관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던가"라며 반성문을 썼다.
이어 "지난 정권의 무능과 일탈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민주화운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라며 "우리가 젊은 시절 벌였던 잔치판을 설거지하여 다음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하자. 먼저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반대한민국적이며, 일면적인 역사 인식부터 치우자"고 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 정당 정치와 의회민주주의가 근래에 와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데에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민주화운동 세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가짜 뉴스와 괴담이 난무하는 극단의 대결 이면에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른바 ‘운동권 정치’가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상의 없이 '586 용퇴론'을 대뜸 발표한 것이다. 이에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다 결국 이틀 만에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에서는 '무모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586 용퇴론을 꺼내 들기는 쉽지만, 실제 용퇴로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설거지론'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까지 지낸 송영길 의원이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것은 86그룹의 도덕성에 결정적으로 흠집을 낸 사건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송영길 전 대표는 386 정치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 중 대표 주자"라며 "이른바 386 정치인의 도덕성까지 망가뜨리는 아주 결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운동권 그룹의 핵심이었던 이들이 나서면서 파괴력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주도하는 이들, 자신이 곧 386세대이기도 한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청년'이 내는 주장의 목소리와는 결이 다르다. '자성'이라는 측면에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주도하는 함운경 씨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젊은 사람들은 (586이) 좀 비켜줘야 좋다고 생각하겠죠"라면서도 실제 정치인들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빈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이유도, 틈도 없다"며 "나 혼자서는 안 되겠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어느 때보다 증폭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설거지'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19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5세 이상 관람가 정도는 된다"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다만 운동권 그룹이 대거 포진함 민주당 내에서는 동참하는 의원이 없어 한계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지나가면서 만나는 후배 세대들로부터 엄청나게 지지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설거지론'을 제기한 이들은 주대환 조봉암 기념사업회 부회장,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함운경 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으로 '광우병 선동'에 앞장섰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등이다. 이들은 오는 15일 광복절에 발기인 대회를 열고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결성한다.이들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고 했다. '설거지'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 역시 이들이다.
이들은 발기인 제안서를 통해 "우리는 게으르게도 50년 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계관, 역사관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지는 않았던가"라며 반성문을 썼다.
이어 "지난 정권의 무능과 일탈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민주화운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라며 "우리가 젊은 시절 벌였던 잔치판을 설거지하여 다음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하자. 먼저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반대한민국적이며, 일면적인 역사 인식부터 치우자"고 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 정당 정치와 의회민주주의가 근래에 와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데에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민주화운동 세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며 "가짜 뉴스와 괴담이 난무하는 극단의 대결 이면에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른바 ‘운동권 정치’가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586 용퇴론, 이번엔 다를까
'586 용퇴론'은 선거철이면 민주당 안팎에서 늘 나오는,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민주화 운동 동지회' 결성 소식에 용퇴 담론 당사자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역시 이전처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586 용퇴론으로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해 5월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상의 없이 '586 용퇴론'을 대뜸 발표한 것이다. 이에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다 결국 이틀 만에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에서는 '무모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586 용퇴론을 꺼내 들기는 쉽지만, 실제 용퇴로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설거지론'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까지 지낸 송영길 의원이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것은 86그룹의 도덕성에 결정적으로 흠집을 낸 사건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송영길 전 대표는 386 정치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 중 대표 주자"라며 "이른바 386 정치인의 도덕성까지 망가뜨리는 아주 결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운동권 그룹의 핵심이었던 이들이 나서면서 파괴력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주도하는 이들, 자신이 곧 386세대이기도 한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청년'이 내는 주장의 목소리와는 결이 다르다. '자성'이라는 측면에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화 운동 동지회'를 주도하는 함운경 씨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젊은 사람들은 (586이) 좀 비켜줘야 좋다고 생각하겠죠"라면서도 실제 정치인들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586 설거지' 앞장선 조정훈 "후배 세대들, 엄청난 지지"
현직의원으로 ▲원내에서 적극적으로 '설거지론'을 주장하는 의원이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586 운동권 퇴진이 내년 총선의 1차 목표"라고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한경닷컴에 "586 운동권 설거지가 되지 않으면 청년 정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조 의원은 "빈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이유도, 틈도 없다"며 "나 혼자서는 안 되겠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어느 때보다 증폭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설거지'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19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5세 이상 관람가 정도는 된다"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다만 운동권 그룹이 대거 포진함 민주당 내에서는 동참하는 의원이 없어 한계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지나가면서 만나는 후배 세대들로부터 엄청나게 지지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