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챗GPT와 질문하는 인간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독자 여러분, 지난주 챗GPT가 작성한 에세이를 읽어본 소감이 어떠신지요? 저는 요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웬 야구 예능이냐고요? 챗GPT 등장 이후 생긴 여러 가지 고민과 야구감독의 명언이 묘하게 교차했기 때문입니다. 그 야구감독의 명언 모음 유튜브도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돈 받으면 프로다”라는 말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죠. 챗GPT가 작성한 지난주 ‘투자와 투기’라는 글과 관련해 그분의 명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감독은 함께한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구단으로 스카우트돼 떠날 때 이별 선물로 무언가를 적은 공을 하나 줍니다. “타협은 후퇴다” 그리고 “항상 ‘?’(의문·질문) 속에 전진”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필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라는 스타트업 보육공간에서 3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매달 열리는 스타트업 경진대회(‘디데이’라는 국내 최장 민간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처음 참가했을 때 젊은 동료들로부터 받은 첫 번째 요구사항이 “질문만 하시고 의견을 말하지 마세요”였습니다. 감독님의 “항상 ‘?’ 속에 전진”이라는 말을 듣고 “질문만 하라”는 주문이 오버랩됐습니다. 그리고 대답은 완벽하지만 질문은 하지 못하는 챗GPT를 생각했죠.

30~40년 전만 해도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던 브리태니커 사전을 전질로 구입해 거실 벽에 장식용으로 둔 가정이 많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사전에 들어 있으니 그렇게 전질로 갖춰두면 마치 본인이 세상 모든 것을 아는 것과 동일하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요. 사실 지적 호기심과 사전이 알려주는 답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다시 챗 GPT로 돌아가서, 챗GPT는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에 깊고 심대한 영향을 줄 기술적 진보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예측할 만한 지적 역량은 부족하지만, 지난주 에세이와 야구 예능을 통해 깨달은 점을 정리하자면 첫째, 챗GPT는 결코 ‘스스로’ 질문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질문은 관심과 호기심의 표현이고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질문을 하려면 본인의 무지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둘째, 개인의 경험이 다 다르듯이 인공지능(AI)의 답변도 어떤 과거 자료로 학습했는지에 따라 다른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록된 자료 역시 결국 인간의 편향성을 담은 결과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제일 중요한 세 번째는 한 가지 ‘정답’만을 찾아내는 교육은 챗GPT의 등장으로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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