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5000만원 차 무료로 풀어도 문제 없어"…고수의 전망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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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 대가와 테슬라“5년 전부터 테슬라에 많은 신심(信心)을 갖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리더의 자질을 갖췄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1) 강방천의 비즈니스 모델
투자자, 기업 재무제표 숫자에 상상력 더해야
미래 폭발적 가치 만들 '비즈니스 모델' 찾아라
테슬라, 데이터로 '시간의 가치' 높게 쌓는 기업
자율주행 완성 어려울수록 독점 기업 가능성↑
車 공짜로 뿌려도 OS·서비스 사업 무궁무진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지난 4일 유튜브를 통해 한 말입니다. 40분 분량의 영상에서 강 전 회장은 테슬라 투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본인의 저서와 유튜브를 통해 테슬라를 언급하곤 했습니다. 이번엔 작심하고 이 전기차 회사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겁니다.강방천은 한국의 주식투자 대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1996년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외환위기 당시 종잣돈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벌어 큰 화제에 오릅니다. 2008년 업계 최초로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출범시켰습니다. 2013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책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차명 투자 의혹으로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는 등 오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한국경제 [테슬람이 간다]는 하락장 특별 기획으로 ‘투자 대가와 테슬라’ 시리즈를 내보냈습니다. ‘성장주의 아버지’ 필립 피셔와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이야기는 당시 고점 대비 70% 주가가 하락한 테슬라 투자자에게 용기를 심어줬고, 일반 독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번 주 [테슬람이 간다]는 그 연작 기획입니다. ‘한국 투자 대가와 테슬라’라는 주제로 강 전 회장의 투자 철학을 소개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본인을 가치 투자자라고 소개했습니다. 통상적인 가치투자와 대표 성장주인 테슬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아 보입니다. ‘가치 투자자’ 강방천은 어떻게 테슬라에 신심을 갖게 된 걸까요.
숫자를 넘어선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생과 사를 가르는 생명선과도 같다”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현대 증권투자의 개념을 정립한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은 기업의 일부이자 사업에 대한 소유권이다”고 했습니다. 사업은 고유의 가치를 지닙니다. 내재가치라고도 합니다. 투자가라면 주가가 기업의 가치보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면 됩니다. 말로는 쉽지만, 그 가치를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강방천의 관점』 중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수치가 동원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매출, 이익, 자산, 배당 등이 있습니다. 이를 기업의 가격, 즉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겁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등 측정기준은 다양합니다.그렇다면 PER과 PBR이 낮은 저렴한 주식을 골라 투자하면 될까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가치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수년간 물려 ‘비자발적 주주’가 된 이들이 허다합니다.
강방천은 투자자라면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의 당기순이익 등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실적 기반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야 합니다. “상상력 없이는 남들이 알고 있는 가치 이상을 보지 못한다. 물론 기본적 이해 없이 상상력만 잔뜩 가동하면 ‘뻥 구라’만 날리게 된다”
강 전 회장은 이를 위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사업구조’입니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공하고, 어떻게 팔겠다는 ‘총체적 답안지’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철저하게 계량 훈련을 받은 사람에겐 불리한 일이다”강방천은 2021년 저서 「강방천의 관점」에서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본인만의 11개 ‘관점’과 예시를 들었습니다.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터 린치
1. 고객이 떠날 수 없는 기업 : 애플
2. 고객이 늘수록 고객이 좋아하는 기업 : 유튜브(구글)
3. 내 삶을 지탱하고 깨우는 기업 : 쿠팡
4. 불황을 즐기는 일등기업 : 아마존
5. 누적적 수요를 쌓아가는 기업 : 현대모비스
6. 소비의 끝단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 LVMH
7. 시간의 가치를 쌓는 기업 : 테슬라
8. 소유의 소비에서 경험의 소비로의 이동을 만드는 기업 : 카니발 코퍼레이션
9. 늘어나는 인구를 고객으로 하는 기업 : 삼성바이오로직스
10. 멋진 자회사를 보석처럼 품고 있는 기업 : 다우기술
11. 유능한 리더가 있는 기업 : 디즈니
그는 2010년부터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 ‘미래의 동태적 가치’에 주목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크게 보인 것은 네트워크 산업이었습니다.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고, 소비자가 쉽게 못 떠나며 고객이 늘수록 고객이 좋아하는 회사입니다. 또 시간이 진입장벽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도 눈여겨봤습니다. 시간은 누구도 남들보다 더 쓸 수 없는 특별한 자산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산업은 무엇일까?”
시간의 가치를 쌓는 기업, 테슬라
강방천은 시간의 가치를 높게 쌓고 있는 기업으로 테슬라를 들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현대산업의 쌀은 반도체요, 미래산업의 쌀은 데이터입니다. 테슬라는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차근차근 주행 기록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깔린 테슬라 운전자들의 주행 정보입니다.강 전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성패가 결국 빅데이터에서 갈릴 것으로 봤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Self Driving) 베타의 누적 주행거리는 최근 3억마일을 돌파했습니다. 경쟁사인 구글 웨이모나 중국의 바이두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양입니다.
“테슬라의 FSD가 11.4 버전까지 나왔다. 그동안 수백 번의 업데이트가 있었다. 소프트웨어의 길은 완성도의 진화다. 애플의 iOS도 1.0이 나왔을 때 끝이 아니었다. 소프트웨어는 먼저 앞서간 주자를 제조업처럼 단번에 뒤집는 것이 매우 어렵다. 애플과 테슬라처럼 고생해서 쌓은 데이터는 시간의 역사이자 누적적인 완성도이기 때문이다”그는 자율주행이 1~2년 만에 완성될 기술이면 테슬라에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완성이 힘들수록 독점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진입장벽은 절대 카피할 수 없다. 나는 테슬라의 FSD 개발이 더 어려웠으면 좋겠다. 그 말은 결국 미래 자동차 시장의 OS를 테슬라가 장악한다는 얘기다”
강방천은 테슬라가 ‘모빌리티 OS’를 장악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 점쳤습니다. “미래에도 테슬라가 돈을 받고 자동차를 팔 거라 생각하나? 그냥 무료로 뿌리면 된다. 자율주행은 데이터가 핵심이다. 데이터 수집기를 무료로 줘도 나는 손뼉을 칠 것이다. 운전자가 FSD 데이터의 공장이 되는 거다. 다른 완성차 경쟁사도 결국 FSD를 장착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파괴적 혁신 플랫폼이 된다. 무궁무진한 서비스업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투자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향후 몇 년 동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주식 시장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강 전 회장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 주주들의 예상보다 훨씬 먼 여정일지 모릅니다. 테슬라 주가는 2년 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물려있는 주주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유튜브 영상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습니다.
-필립 피셔
“분기 실적이냐, 비즈니스 모델이냐. 눈앞의 이익이냐, 미래 이익이냐. 이것에 초점을 맞추면 단순해진다. 나는 가격(주가)은 모른다. 다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위대한 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2편에 계속▶‘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