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력에도 잡지 못한 손…북·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여정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되짚어 본 '북일 교섭 30년'
2002년 9월 전 세계의 이목이 평양에 쏠렸다. 북한 땅을 밟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는 김정일(1941∼2011)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말 그대로 '역사적' 방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가기 전 "가깝고도 먼 나라는 20세기 낡은 유물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두 나라 관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를 향한 여정은 일본인 납치 문제라는 변수와 맞닥뜨린다.

쓰라린 '패배'였다.

한반도 및 한일관계 전문가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북일 교섭 30년'(서해문집)은 북한과 일본, 두 나라가 30년간 걸어온 '평행선'을 되짚어 보는 책이다.
두 나라의 공식적인 국교 수립 노력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측 대표단은 그해 1월 30일 평양에서 만난 뒤 이듬해까지 8차례 회담을 이어갔으나, 최종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결렬됐다.

양측이 다시 회담장에서 마주한 건 8년이 지난 2000년 4월이었다. 이후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북일 '평양 선언'을 발표하면서 국교 수립은 한층 가까워지는 듯했으나,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간 의혹으로 제기되던 납치 문제가 '사실'이 되자 일본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와다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북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고, 북한에 압력을 가해 붕괴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력이 일본의 정부·국민·언론 여론을 제압한 것"이라고 짚는다.
책은 고이즈미 퇴임 후 들어선 아베 신조 정권이 납치 문제를 다루면서 내세운 원칙이 북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원칙으로 발전했다고 지적하며 '국교 정상화를 사실상 포기한 원칙'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가운데 북일 관계는 단절된 상태로 돌아왔다는 게 와다 명예교수의 시각이다.

그러나 와다 명예교수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다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일본 국민은 북일 국교 정상화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다.

동북아시아 평화의 집, 함께하는 집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이는 열어젖히지 않으면 안 되는 문이다.

" (한국어판 서문 중)
책은 와다 명예교수가 사무국장으로 참여한 '북일국교촉진국민협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지난해 9월 펴낸 보고서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길윤형 옮김. 32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