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는 옛말…허술한 매력으로 사랑받는 요즘 남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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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이고 강한 여자 주인공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매력 어필 "이제부터 나도 너 꼬실 거야."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 속 남자 주인공 박진홍(안재욱 분)은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김은미(전혜진)의 두 손을 마주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수줍어하는 은미의 표정이 화면에 비치는데, 흘러나오던 로맨틱한 음악이 갑자기 멈춘다.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취한 박진홍이 중요한 순간에 그만 잠들어버린 것이다.
12일 방송가에 따르면,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백마 탄 왕자님'들 대신 박진홍처럼 어딘가 허술하고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이 남자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박진홍은 김은미가 "설설 기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는 푸념하는 어리숙한 남자다. 이 남자는 버스 정류장에서 웬 여자에게 난데없이 뺨을 맞고도 아무 말을 못 하고, 당황하면 딸꾹질이 멈추지를 않는다.
초면에 김은미의 친구에게 끌려가 얻어맞고 화장실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모습은 하찮아 보이기까지 해서 헛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거침없고 불같은 성격의 김은미와의 오묘한 케미(호흡)가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박진홍은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 즉 강하고 능력 있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시청자들은 "미련하지만, 매력 있다", "병약하고 어수룩한 모습이 귀엽다", "'너드미'(순진한 매력) 있는 중년 남자는 신선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영까지 2회를 남겨 둔 KBS 2TV '가슴이 뛴다'의 남자 주인공 선우혈(옥택연)도 여느 로맨스물 남자 주인공과는 다르다.
300살도 더 먹은 반(半) 인간 반(半) 뱀파이어인 선우혈은 가슴 뛰는 사랑을 기다리는 낭만주의자다.
천진난만하고 허술한 모습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현실적인 여자 주인공 주인해(원지안)와 대비된다.
세상 물정을 몰라 주인해의 카드로 백화점에서 수백만 원을 일시불로 긁었다가 된통 혼이 난다.
모아둔 돈도 땡전 한 푼 없어 요구르트 배달을 하거나 청소원으로 일하며 밥값을 번다. 11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찌질한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잔혹한 인턴'은 불혹의 나이에 경력직 인턴으로 취업한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고해라의 남편 공수표(이종혁)는 권고사직을 당하고 졸지에 전업주부가 된 인물로 등장한다.
이종혁은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실직하고 아내 눈치 보면서 힘들어하는 가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며 "연기가 정말 찌질해서 웃기다가도 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자 주인공들의 성격이 변화한 것은 여성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주도하는 최근 추세와 관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강한 여성 주인공들이 안방극장을 휘어잡기 시작하면서, 남자 주인공들도 이에 어울리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여성 서사물이 많아지면서 미디어가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듯이, 남자 주인공들도 기존의 획일화된 모습을 벗어나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형적이지 않은 남자 주인공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지고, 사랑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 속 남자 주인공 박진홍(안재욱 분)은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김은미(전혜진)의 두 손을 마주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수줍어하는 은미의 표정이 화면에 비치는데, 흘러나오던 로맨틱한 음악이 갑자기 멈춘다.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취한 박진홍이 중요한 순간에 그만 잠들어버린 것이다.
12일 방송가에 따르면,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백마 탄 왕자님'들 대신 박진홍처럼 어딘가 허술하고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이 남자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다. 박진홍은 김은미가 "설설 기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는 푸념하는 어리숙한 남자다. 이 남자는 버스 정류장에서 웬 여자에게 난데없이 뺨을 맞고도 아무 말을 못 하고, 당황하면 딸꾹질이 멈추지를 않는다.
초면에 김은미의 친구에게 끌려가 얻어맞고 화장실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모습은 하찮아 보이기까지 해서 헛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거침없고 불같은 성격의 김은미와의 오묘한 케미(호흡)가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박진홍은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 즉 강하고 능력 있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시청자들은 "미련하지만, 매력 있다", "병약하고 어수룩한 모습이 귀엽다", "'너드미'(순진한 매력) 있는 중년 남자는 신선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영까지 2회를 남겨 둔 KBS 2TV '가슴이 뛴다'의 남자 주인공 선우혈(옥택연)도 여느 로맨스물 남자 주인공과는 다르다.
300살도 더 먹은 반(半) 인간 반(半) 뱀파이어인 선우혈은 가슴 뛰는 사랑을 기다리는 낭만주의자다.
천진난만하고 허술한 모습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현실적인 여자 주인공 주인해(원지안)와 대비된다.
세상 물정을 몰라 주인해의 카드로 백화점에서 수백만 원을 일시불로 긁었다가 된통 혼이 난다.
모아둔 돈도 땡전 한 푼 없어 요구르트 배달을 하거나 청소원으로 일하며 밥값을 번다. 11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은 찌질한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잔혹한 인턴'은 불혹의 나이에 경력직 인턴으로 취업한 고해라(라미란)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고해라의 남편 공수표(이종혁)는 권고사직을 당하고 졸지에 전업주부가 된 인물로 등장한다.
이종혁은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실직하고 아내 눈치 보면서 힘들어하는 가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며 "연기가 정말 찌질해서 웃기다가도 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자 주인공들의 성격이 변화한 것은 여성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주도하는 최근 추세와 관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강한 여성 주인공들이 안방극장을 휘어잡기 시작하면서, 남자 주인공들도 이에 어울리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여성 서사물이 많아지면서 미디어가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듯이, 남자 주인공들도 기존의 획일화된 모습을 벗어나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형적이지 않은 남자 주인공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지고, 사랑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