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美 경유 파라과이 방문…중국,군사압박 강화

대만군 "중국군 군용기 9대·군함 7척 포착"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12일 미국을 경유하는 파라과이 방문 일정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라이 부총통은 차이잉원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대만의 유일한 남미 수교국인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팔라시오스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날 6박 7일 일정으로 파라과이 방문길에 오른다.
라이 부총통은 출국길에 미국 뉴욕을, 귀국길에는 샌프란시스코를 각각 경유할 예정이다.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 시 일정과 미국 측 접견 인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어떠한 명목이나 이유로든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반대하며 미국이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과 그들의 행위를 용인하고 지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 파라과이 방문 일정에 맞춰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중국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저장해사국은 11일 발표한 항행 안전 정보를 통해 12일 정오부터 14일 오후 4시까지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한다고 공지했다.

해사국은 사각형 형태의 훈련 해역을 적시하며 훈련 기간 해당 지역 안으로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해사국이 예고한 훈련 해역은 저장성 닝보시 앞바다로, 대만 북부 해상과는 약 500㎞ 떨어진 곳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차이 총통이 중남미를 방문하면서 경유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한 데 반발해 사흘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선 바 있다.

인민해방군은 연일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 군용기와 군함을 투입하면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12일 대만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대만군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9대와 군함 7척을 각각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들 인민해방군 군용기 9대 가운데 즈(直)-9 대잠헬기 1대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동남부 공역을 침범했다.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기체 추적을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또 해당 해역에 자국 함정들을 파견해 인민해방군 함정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했다.

앞서 대만군은 지난 10일 오전 6시부터 11일 오전 6시 사이에도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인민해방군 군용기 2대와 군함 6척을 각각 식별한 바 있다. 라이 부총통은 내년 1월 실시되는 차기 총통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