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입회비 소문도"…집값 흔드는 부동산 '사모임'의 비밀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집 팔 때 부동산 몇 군데에 내놔야 할까요?"

상호 보완적·경쟁적인 중개업소에 매물 내놔야
지역 담합 의심되면, 프롭테크 앱도 활용
서울의 아파트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실들 / 사진=한경DB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놨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1~2곳에 내놓습니다. 개업공인중개사를 믿고 최소한의 사무실에 내놓으면서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합니다. 한 달 정도 아무 연락이 없으면 가격을 낮춰 다른 부동산도 알아봅니다. 많이 내놓으면 많은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매물이 매력적인지 여부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을 거래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보니 어떤 부동산에 맡기는 것이 좋은지가 고민됩니다.매물을 내놓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부동산중개업소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최근에 거래된 시세를 바탕으로 매물이 많고, 계약을 잘하는 부동산에 맡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 내에 중개업소들이 경쟁적 관계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사모임이 공고한 지역에서는 단지내 부동산중개업소 여러 곳에 본인의 집을 내놓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모임 회원들끼리 매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굳이 여러 곳에 매물을 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최고 중개보수를 당연한 듯 얘기하고 집값이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지역들은 사모임의 담합이 의심되는 곳들입니다.

아파트 단지내 부동산중개업소는 대부분 사모임에 가입됐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상품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행위가 지역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사업자들이 담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사모임은 생각보다 결속력이 강합니다. 권리금 성격을 가지는 이 사모임의 입회비는 적게는 몇 천만 원 많게는 억원이 넘어가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싼 입회비와 강력한 회칙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모임이라고 하더라도 지역 내의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습니다. 중개보수를 높이고 회원들 위주로 지역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만들기도 합니다.이런 지역에서 집을 내놓을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른 단지의 부동산이나 기업형 부동산중개플랫폼에 매물을 추가로 내놓는 게 필요합니다. 상호 보완작용을 할 수 있도록 단지내 부동산과 부동산중개플랫폼에 함께 내놓으면 더 많은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대빵, 집토스 등 중개플랫폼들이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들입니다.

집이 안 나가는 시기,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을 맡긴다고 마음이 편할 수는 없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매물이 잘 거래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잘 판단하면서 개업공인중개사와 자주 연락을 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가격을 조정하거나 특약으로 들어가는 조건들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협의해야 합니다. 계약 직전단계까지 가서 새로운 조건을 건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면서 향후 계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부동산 거래는 수요와 공급의 지루한 심리 게임입니다. 많은 수요자와 많은 공급자가 부동산시장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한 명의 수요자와 한 명의 공급자가 만나서 계약이 체결됩니다. 거래에 관심있는 한 명의 수요자를 만나기 위해 다양한 채널에 매물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채널(부동산중개업소)이 상호 보완적인지, 경쟁적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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