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서이초 교사 일기장엔…"업무폭탄에 난리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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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돼가고 있지만 원인 규명 등 수사에는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방송에서 해당 교사의 일기장과 학생 상담일지를 공개했다. 고인의 일기장 등에는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교사 고(故)) 김승희 씨(24)의 유족의 소개로 남자친구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일부 언론이 추측한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A씨는 극단적 선택 전인 14일에 이미 만나서 재결합에 대해서 얘기를 했으며 사망 당일 오전까지 "이번주만 버티면 방학이네, 조금만 더힘내"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고인도 "그니까, 일주일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제발" 등의 답변을 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오히려 고인이 평소 꼼꼼히 적어둔 상담일지 등 보면 사망 전 몇몇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모습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5일 전인 지난달 12일에 '연필 사건'로 불리는 사안이 벌어졌는데, 고인의 반에서 한 아이가 뒷자리에 앉은 아이의 머리쪽을 연필로 세게 긁어 다치게 한 일이 생긴 것이다.
사건 다음날 학교장 종결로 마무리 된 지 알았지만, 고인의 남자친구의 A씨의 설명은 달랐다. A씨에 따르면 "한 학부모가 와서 '넌 교사 자격이 없다'고 화를 냈으며 개인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너 때문에 반이 엉망이 됐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고인은 "'개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방학이 되면 전화번호를 바꾸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학교 관계자도 "엄청나게 높은 난도의 학년이었던 건 맞다. 2시간 동안 물건 집어 던지는 아이도 있었으며 정리 정돈이 하나도 안 되는 아이도 있었다"고 증언했다.고인의 일기장에서는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 게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 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거리고 있는 걸까. 어차피 돌아가면 모두 똑같을 텐데 그대로 원상복귀"라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글이 발견됐다. 상담일지에서도 "교사에게 비명", "통제가 안되는 느낌" 등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감지됐다.
앞서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은 4일 유사한 내용의 ‘서이초 교사 사망 사안’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고인의 담임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으나, 연필 사건으로 불리는 사안은 동료 교사의 진술로 확인했다. 조사단은 “사건 발생 당일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으로 여러 번 전화했고 ‘해당 학부모가 통화에서 엄청 화를 냈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불안해했다’는 내용을 동료 교원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학부모가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폭언이 있었는지, 사건 이후 추가 민원이 있었는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필 사건’과 별개로 고인은 다른 학생 2명의 문제행동을 주위에 토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와 짜증을 내며 막말을 하는 B학생,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C학생으로 인해 학기 초부터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 학기 말에 업무가 몰린 점 등이 고인의 사망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판단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한계가 있었다”며 “경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지난 11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교사 고(故)) 김승희 씨(24)의 유족의 소개로 남자친구 A씨가 등장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일부 언론이 추측한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A씨는 극단적 선택 전인 14일에 이미 만나서 재결합에 대해서 얘기를 했으며 사망 당일 오전까지 "이번주만 버티면 방학이네, 조금만 더힘내"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고인도 "그니까, 일주일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제발" 등의 답변을 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오히려 고인이 평소 꼼꼼히 적어둔 상담일지 등 보면 사망 전 몇몇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모습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5일 전인 지난달 12일에 '연필 사건'로 불리는 사안이 벌어졌는데, 고인의 반에서 한 아이가 뒷자리에 앉은 아이의 머리쪽을 연필로 세게 긁어 다치게 한 일이 생긴 것이다.
사건 다음날 학교장 종결로 마무리 된 지 알았지만, 고인의 남자친구의 A씨의 설명은 달랐다. A씨에 따르면 "한 학부모가 와서 '넌 교사 자격이 없다'고 화를 냈으며 개인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너 때문에 반이 엉망이 됐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고인은 "'개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방학이 되면 전화번호를 바꾸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학교 관계자도 "엄청나게 높은 난도의 학년이었던 건 맞다. 2시간 동안 물건 집어 던지는 아이도 있었으며 정리 정돈이 하나도 안 되는 아이도 있었다"고 증언했다.고인의 일기장에서는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 게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 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거리고 있는 걸까. 어차피 돌아가면 모두 똑같을 텐데 그대로 원상복귀"라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글이 발견됐다. 상담일지에서도 "교사에게 비명", "통제가 안되는 느낌" 등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감지됐다.
앞서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은 4일 유사한 내용의 ‘서이초 교사 사망 사안’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고인의 담임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으나, 연필 사건으로 불리는 사안은 동료 교사의 진술로 확인했다. 조사단은 “사건 발생 당일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으로 여러 번 전화했고 ‘해당 학부모가 통화에서 엄청 화를 냈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불안해했다’는 내용을 동료 교원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학부모가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폭언이 있었는지, 사건 이후 추가 민원이 있었는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필 사건’과 별개로 고인은 다른 학생 2명의 문제행동을 주위에 토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와 짜증을 내며 막말을 하는 B학생,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C학생으로 인해 학기 초부터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 학기 말에 업무가 몰린 점 등이 고인의 사망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판단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한계가 있었다”며 “경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