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당할까 봐 나서긴 했지만…" 잼버리 자원봉사자의 일침 [현장에서]
입력
수정
잼버리 국민동원, '금모으기 정신' 미화하면 곤란“엉망진창 야영장에서 고생한 학생들에 너무 미안해서 도와주긴 했지만, 이게 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입니까?” (자원봉사자 A씨)
우여곡절 끝에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2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참가자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손님맞이’ 동안 억눌렀던 불만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되지 않아 기업과 국민들의 힘을 빌려 해결한 후에 ‘선방했다’는 식으로 자축하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은 ‘관’(官) 이 벌이고 뒷수습은 민간에 떠넘긴 것은 분명히 문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23년판 ‘금모으기 운동’을 했다며 미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역량 부족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부지선정 등에서부터 잘못된 결정이 첩첩이 쌓였고,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8일 예정보다 빠르게 새만금을 떠날 때에는 그야말로 일방통행식으로 자원이 동원됐다. 대원들을 수용한 단체에선 “돈을 언제 어떻게 정산해 주겠다는 약속은 고사하고 공문도 한 장 못 받았다”며 “전화 한 통에 숙소를 청소하고 음식을 마련했다”고 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도 모자라 ‘녹색어머니회 학교별로 15명씩 모아달라’ 등의 문자 몇 통에 사람들이 동원됐다.‘국가의 망신이 곧 나의 망신’이라고 여긴 많은 이들이 나서서 십시일반 문제를 해결했지만, 금모으기 운동 때처럼 기꺼운 마음은 결코 아니었다.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식의 행정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그야말로 ‘쌍팔년도식’이라는 비판이 수없이 나오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위기의 나라를 살렸던 금반지 정신으로 돌아가면 못해낼 게 없다”고 했다. 같은 당의 성일종 의원은 “방탄소년단(BTS)이 K팝 콘서트에 설 수 있도록 국방부가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팬들의 비난을 샀다.
조직위가 잼버리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적 평가를 뒤집기 위해 K팝 콘서트에 힘을 쏟으면서 각 소속사에 아티스트의 출연을 사실상 강요했다는 의혹도 국민들에겐 불편한 부분이다. 카카오는 자사 계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브를 뒤늦게 출연키로 결정하고 직접 수억원어치의 굿즈까지 제공했다. 공교롭게도 아이브 출연 소식이 알려진 날 금융당국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 이니셔티브센터장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모두 “선진국에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국회는 오는 16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새만금 잼버리의 책임 소재를 따질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석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출석하는 여성가족위원회가 각각 16일과 25일에 열린다. 여야 진영론을 떠나 이번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정확하게 되짚고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보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