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끝났지만 낭만은 계속" 대원들 한국 매력에 '풍덩'(종합)

템플스테이하고, 태권도 배우고…한국 전통문화 탐구 '삼매경'
일부 참가국 대사관, 지원 아끼지 않은 지자체에 감사 편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한 각국 대원 4만여명이 무더위와 태풍을 이겨내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일부 대표단은 한국 일정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다. 이들은 잼버리 첫 일정부터 극심한 폭염과 태풍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의 멋과 낭만을 제대로 체험해보자는 뜻을 모았다.

정부는 추가 일정을 이어가는 대원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숙소·교통·문화 체험·관광 전 영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참가국 일부 대사관과 일부 참가 대원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에 나선 지자체 등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 고생은 내려놓고…본격 '휴가모드' 돌입한 대원들

13일 스웨덴 잼버리 대원 890여 명은 전날부터 부산 관광을 즐기고 있다.

한국해양대 기숙사로 거처를 옮긴 이들은 부산을 대표하는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아 여름 바다 휴가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이후 일제강원동원역사관, 유엔평화기념관, 유엔기념공원, 감천문화마을 등을 찾은 이들은 특히 유엔기념공원에서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며 특별한 시간을 이어갔다.

스웨덴은 한국전쟁 당시 의료지원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탠 국가로 부산과의 인연이 각별하며 대원들도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공원 내 주묘역에서 만난 어거스트 스반손(16) 군은 "이곳이 중요한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고, 가슴이 뭉클하다"며 "우리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이 한국을 도우러 부산에 오셨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영국 대원 600여명도 전날 강원 춘천시에 도착해 구곡폭포와 애니메이션 박물관 등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레고랜드를 찾아 놀이기구에 몸을 싣기도 하고, 물총 보트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즐기며 휴가 분위기를 만끽했다.
잼버리 기간 못다 즐긴 한식을 경험해보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려는 대원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남은 일정을 보내는 브라질 대원 페르나다(15)양은 "떡볶이랑 치즈 핫도그, 양념치킨 등 달콤하고 매운 한국 음식을 최대한 많이 먹을 예정이다.

살찌는 거 전혀 걱정 안 된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고르(15)군은 "유튜브에서 봤던 서울 N타워와 전망대만큼은 꼭 가보고 싶다"며 "부모님에게 드릴 기념품도 사야 하는데, 혹시 뭐가 좋을지 추천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대만 대표단 일행은 조를 나눠 부산과 경북 경주, 전남 순천을 둘러보고 있다.

46명의 대만 대원들은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고 있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찾아 무더운 날씨에 지친 심신을 달랬다.

이들은 14일까지 순천만 습지와 낙안읍성 등을 둘러보며 남도의 맛과 멋을 즐길 예정이다.
◇ "한국을 알고 싶어" 전국 각지서 한국문화 체험 삼매경

느긋한 휴가 대신 한국 전통가옥, 무예, 예술, 역사 등을 탐구하는 '열공모드' 넘치는 대원들도 많았다.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대원 400여명은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을 방문해 도롱이·죽부인 등 민속품을 구경하며 한국문화 탐구에 나섰다.

이들은 직접 태권도복으로 갈아입고 시범단의 동작에 맞춰 태권도를 따라 해 보기도 했다.

네덜란드 대표단 안네미케(17)양은 "한국에 와서 네덜란드와는 달리 매우 더운 날씨 탓에 힘들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재미있는 나날을 보냈다"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그래도 역시 나흘간 진행했던 잼버리 활동이었다"고 했다.

요르단 대원 38명은 경기 남양주 홍유릉을 방문해 영조가 딸인 화길 옹주에게 지어줬던 '궁집'을 둘러보며 한국 전통 가옥을 공부했다.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의 뜻을 기린 '리멤버 1910'을 방문해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 태권도 공연을 보며 한국 전통 무예를 경험한다.

우크라이나 대원 24명은 잼버리 공식 기간보다 일주일가량 더 머물며 경기도국제교육원이 마련한 '문화 오디세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원들은 오는 19일까지 서울 경복궁과 인사동, 수원화성 등을 방문해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체험하고, 평택 한국 관광고등학교를 방문해 한국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진다.

일찌감치 경주 불국사와 골굴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 중인 독일 대원 80명은 사찰 경내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불경 소리와 처음 보는 승복에 신기해했다.

독일 대표단 한나(21) 씨는 "사진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경주였다"며 "한국의 종교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배움의 의지를 드러냈다.
◇ 일부 참가국은 '감사' 편지도…정부 "남은 대원 숙식·관광 등 지원"

잼버리 대원들을 위한 정부와 각 지자체의 노력에 일부 참가국 대사관과 일부 대원들은 자국 대원들이 체류한 지역에 편지 등을 통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핀란드 대사관을 시작으로 슬로베니아, 산마리노, 그리스, 크로아티아, 벨라루스, 볼리비아, 동티모르, 홍콩·마카오(중국), 몬테네그로 등 10개국 대사관은 경기도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생활한 일본 대원들은 지난 11일 서울로 떠나기 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접은 종이 조형물을 단양군에 선물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각 부처와 지자체는 항상 잼버리 대원의 안전과 건강을 제1원칙으로 하면서 숙박, 급식, 이동, 체험, 출국 등 모든 과정에서 대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기관장들이 직접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폐영 이후에도 한국에 체류하는 참가자들이 문화기반시설 관람과 체험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전날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158개국에서 온 4만5천여명의 대원들은 전날부터 귀국길에 나섰고, 일부 대원들은 계속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수희 손상원 우영식 윤관식 김솔 송승윤 백도인 강태현 이주형 장덕종 박재천 최찬흥 강영훈 강수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