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고가 단지 국힘 우세…뉴타운 들어선 동대문, '진보 아성'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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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바꾸는 총선 지형13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뒤편은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낙후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모여 있던 이곳은 2년 뒤 9100가구가 입주하는 아파트촌으로 바뀔 예정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3000만원 안팎”이라며 “자연스럽게 중산층 중심 동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 서울 동대문구
노후주택·호남 출신 밀집지역
19대 국회부터 민주당이 장악
50대 이상 중산층 몰려들면서
구청장도 12년 만에 '보수 깃발'
지난 총선서 국힘은 패배했지만
래미안 위브 등 고가단지선 승리
10년 넘게 동대문 장악한 민주당
동대문구의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동대문구는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갑·을 지역구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동대문갑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19대부터 21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동대문을에선 청년 정치인인 1983년생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지난 총선 때 현 여권 중진 정치인인 이혜훈 전 의원을 꺾었다. 그 전 두 번의 총선에선 민병두 전 의원이 각각 홍준표 후보(19대), 박준선 후보(20대)를 제쳤다. 2008년 17대 총선 때까진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이 ‘인물론’을 앞세워 승리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19대 총선 이후엔 민주당이 매번 보수 정당을 이겼다.이런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장안1~2동을 제외한 동대문구 모든 동에서 앞섰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이필형 국민의힘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다. 2010년 이후 12년 만의 보수 정당 출신 구청장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문휘경뉴타운(1만7200가구)과 전농답십리뉴타운(1만3900가구) 입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동별로 보면 윤 대통령과 이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큰 지역은 청량리(10.5%포인트) 이문1동(9.1%포인트) 제기동(7.6%포인트) 회기동(7.6%포인트) 휘경1동(5.5%포인트) 등이다. 이문휘경뉴타운은 이문1동과 휘경1동에 걸쳐 있다. 뉴타운은 7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2개 구역이 입주를 마쳤고, 3개 구역은 공사 중이다. 이 지역에서 세 차례 총선에 출마한 허용범 국민의힘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은 “뉴타운 지역은 과거 노후 주택이 모여 있고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아 민주당 성향이 강하던 곳”이라며 “재개발 이후 입주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기존과 확실히 다름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 입주 마무리되면 반전 일어나나
아파트별 개표 결과를 뜯어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21대 총선에서 투표소가 설치된 아파트 1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가 신축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혜훈 국민의힘 동대문을 후보는 장경태 민주당 후보에게 6개 동에서 모두 패했지만, 2013년 입주한 래미안크레시티(전농1동 제5·7·8투표소)에서는 5.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2014년 준공된 래미안위브(답십리1동 제4·5투표소)에서는 7.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두 아파트는 이 지역 ‘대장 단지’로 꼽힌다.허용범 국민의힘 동대문갑 후보는 이문1동에서 안규백 민주당 후보에게 5.6%포인트 차이로 졌지만, 이문래미안2차(이문1동 제5투표소)에선 3.7%포인트 앞섰다. 2004년 입주한 아파트지만 대형 주택형이 많아 과거부터 중산층 거주 비중이 높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김경진 국민의힘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은 “기존 아파트라도 넓은 주택형이 많거나 평균 가격이 높은 단지, 거주자 중 고령층 비중이 높은 단지 등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4월 총선에도 신축 아파트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대문구에는 14개 단지, 5344가구가 최근 입주했거나 내년 4월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 용신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과 래미안엘리니티(1048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신축 아파트가 많다고 무조건 보수 정당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신축단지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발로 뛰어도 전체 주민의 20%밖에 만나지 못한다”며 “민심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고,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신축 오피스텔과 원룸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잡는 게 관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양길성 기자/사진=임대철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