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배당주의 굴욕…연초 대비 주가 3%대 하락

배당률 5% 넘는 29社
실적 부진에 평균 8%↓

배당금 안 주는 101社
주가는 20%나 뛰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주식시장에서 고배당주의 주가 성적표가 나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운데 단기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배당률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옳지 못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투자회사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분석가들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만기가 1년 이하인 미국 국채 단기물의 금리가 연 5%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주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안전자산인 국채 금리와 배당률이 비슷하고, 성장성도 제한되는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11일 1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5.35%를 기록했다. 3개월 만기와 6개월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각각 연 5.43%, 5.48%였다.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올해 고배당 주식의 상승률이 크게 부진해 배당금만으로는 저조한 수익률을 만회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S&P500 기업 가운데 배당금 기준으로 상위 100개 종목의 주가는 연초 대비 3.2%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101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20.7% 상승했다. S&P500지수 상승률도 17%를 웃돈다.배당률이 5% 이상인 29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성과가 더 좋지 않다. 이들 29개 주식의 주가는 연초 이후 평균 8.37% 떨어졌다. 지난 3년간 S&P500지수 상승률이 39.5%에 달했는데, 29개 종목은 21.6%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들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종목은 글로벌 향수 원료 기업인 ‘인터내셔널 플레이버스&프레그런스’(티커 IFF)다. 이 주식의 배당률은 5%지만, 올해 주가가 37% 가까이 고꾸라졌다. 인터내셔널 플레이버스&프레그런스는 작년 초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이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잠시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담배기업 알트리아는 가장 높은 배당률(8.50%)을 기록했지만, 올해 주가는 0.99%가량 상승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알트리아는 지난 6월 투자회사 쥴랩스의 전자담배 쥴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금지 명령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부진하다. 알트리아는 2018년 전자담배 제조사 쥴랩스 지분 35%를 128억달러(약 16조원)에 인수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