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랑이던 기술·기획력, 中게임에 추월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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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 중국 시장서 '쓴맛'한국 게임업계의 텃밭이었던 중국 시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한한령’ 해제 후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산 게임들이 줄줄이 쓴잔을 마시고 있다. ‘K게임’의 자랑이었던 기술력과 기획력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 톱10에 국산 게임 없어
"기회의 땅이 고난의 땅 됐다"
中게임 '붕괴'는 韓·日 등 1위
넥슨 자회사인 넥슨게임즈는 지난 3일 중국에서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인 ‘블루아카이브’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지난달 일본에서 게임 매출 1위(안드로이드 기준)에 올랐던 작품이지만 중국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앱 시장 분석 매체인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10일 기준 이 게임의 매출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집계됐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친 흥행 실적에 넥슨게임즈 주가는 출시 전날인 2일 2만2750원에서 9일 1만7950원으로 1주일 새 21% 급락했다.
중국 시장은 그간 게임업계가 ‘골드러시’를 꿈꾸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2’,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중국에서 줄줄이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은 2017년 한한령 이후 2019년까지 외국 게임의 유료 서비스 허가증에 해당하는 ‘외자 판호’를 국내 업체에 내주지 않았다. 이후 한한령 해제로 중국 규제당국이 지난해 판호 7건을 발급한 데 이어 올 3월 5건을 추가 발급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한국 게임사들의 꿈이 다시 부풀어 올랐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11일 기준 중국 앱스토어 시장(IOS 기준)에서 매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4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올 6월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과 넷마블 ‘신석기시대’ 등이 중국에서 출시됐지만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오히려 한국 시장이 되레 중국 게임에 역공당하는 처지다. 앱 시장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일 중국 미호요의 게임 ‘붕괴: 스타레일’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6개 시장에서 매출 1위(IOS 기준)를 차지했다. 한·중·일 시장을 모두 석권했다. 미호요가 지난해부터 7월마다 개최하는 ‘원신 여름 축제’도 국내 게임사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 행사는 폭탄 테러 위협으로 3일째에 중단됐지만 작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축제에는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업계에 따르면 미호요는 게임 ‘원신’ 개발과 운영에 연간 2억달러(약 2642억원)가량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사가 따라가기 어려운 자금력이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뒤를 잇는 차세대 지식재산권(IP) 게임으로 올 12월 출시하려는 ‘쓰론앤리버티’에 10년간 들인 개발비가 1000억원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가 반기 주기로 내놓는 업데이트를 중국 업체는 월 단위로 퍼붓는다”며 “양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지니 중국 게임의 질적 수준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