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꺼내드는 '금 모으기 정신'…잼버리 수습, 국민이 나설 일인가

현장에서

이광식 사회부 기자
“엉망진창 야영장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도와주긴 했지만, 이게 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입니까?”(자원봉사자 A씨)

우여곡절 끝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2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참가자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손님맞이’ 기간에 억눌린 불만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국민들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한 뒤 ‘선방했다’는 식으로 자축하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21세기 버전 ‘금모으기 운동’을 했다며 미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주최 측의 역량 부족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부지 선정 등에서부터 잘못된 결정이 첩첩이 쌓였고, 잼버리 대원들이 지난 8일 예정보다 이르게 새만금을 떠날 때는 그야말로 일방통행식으로 자원이 동원됐다.

대원들을 수용한 단체에선 “돈을 언제 어떻게 정산해주겠다는 약속은 고사하고 공문도 한 장 못 받았다”며 “전화 한 통에 숙소를 청소하고 음식을 마련했다”고 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도 모자라 ‘학교별로 녹색어머니회 15명씩을 모아달라’ 등의 문자 몇 통에 사람들이 달려가야 했다.‘국가의 망신이 곧 나의 망신’이라고 여긴 많은 이들이 나서서 십시일반 문제를 해결했지만, 금모으기 운동 때처럼 기꺼운 마음은 결코 아니었다.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식의 행정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그야말로 ‘쌍팔년도식’이라는 비판이 수없이 나오고 있다. 군 복무 중인 연예인을 동원하자는 말을 서슴지 않거나 태풍이 오는 가운데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는 일은 모두 “선진국에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국회는 오는 16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새만금 잼버리의 책임 소재를 따질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석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오는 여성가족위원회가 각각 16일과 2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