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 두 개를 이어붙인 달항아리가 60억에 낙찰됐다고?

[민지혜의 물레를 차며] 요즘 가장 '힙'한 달항아리

실제 달과 유사하다는 평가 받는 조선시대 달항아리
비대칭과 불완전함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 많아

두 기물을 이어붙이는 달항아리 제작이 더 어려워
수백, 수천 번의 손길 거쳐야 하나의 달항아리 완성
유려한 라인과 단아함은 어디선가 봤던 달 같아
달항아리를 처음부터 쉬이 찰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당연히 잦은 실패와 오랜 연습이 먼저였다. 흙 한 덩이로 약 10㎝ 높이의 달항아리를 찰 수 있게 됐을 때, 욕심이 났다. 두 덩이를 따로 만들어 붙이면 더 큰 달항아리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우리 선조들은 큰 한 덩이로도, 두 덩이를 따로 찬 뒤 합쳐서도 달항아리를 만들었더랬다. 마치 대접 모양으로 두 기물을 만든 위 이음새를 붙여서 완성하는 '업다지' 기법의 달항아리는 그 이음새 부분을 일부러 두드러지게 그냥 두기도 한다. "이어붙였다"는 티를 내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방식의 달항아리를 '조선시대 전통 달항아리'로 보고 더 선호한다고.
올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56만달러에 낙찰된 18세기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 /출처=크리스티 뉴욕 홈페이지
그래서일까. 올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선 18세기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가 456만달러(약 59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완벽한 구 형태도 아니고 새하얗지도 않았다. 두 개를 이어붙인 이음새도 선명했다.

크리스티측은 "달항아리의 비대칭, 즉 제작과정에서 생기는 불완전함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사물들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했다. "그래서 완벽한 원형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달과 더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마치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진짜 달 같은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처음으로 두 덩이를 붙여 만들어본 달항아리. 형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고 이음새 부분이 어설프다.
두 덩이를 합쳐 만든 두 번째 달항아리. 첫 번째보다 더 자연스럽게 이음새 부분이 연결됐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조선시대 전통 달항아리. 그러나 첫 도전은 항상 어설픈 법. 일단 두 대접 모양의 흙을 만들 때부터 옆으로 자꾸 벌어지는 흙을 주워담기가 어려웠다. 이음새 부분의 둘레를 똑같이 맞춰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달항아리의 윗부분과 아랫부분 모양을 어떻게 하는 게 예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비슷하게 대접처럼 두 개를 만들어 붙였더니 위 사진(왼쪽)처럼 넙적한 항아리가 탄생해버렸다. 이음새도 너무 툭 튀어나와 눈에 거슬렸다.

두 번째 도전 땐 좀 더 위로 높이 벽을 세웠다. 이음새 부분의 둘레도 너무 넓지 않게 했다. 역시 첫 번째보다 나은 결과물이 탄생했다. 노력과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한동안 한 덩어리짜리 달항아리만 차다가 (오직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두 덩어리짜리를 찼다. 지난번 실패를 곱씹어보며 항아리 벽면 라인을 길쭉하게 뽑았다. 바닥이 될 곳의 흙 두께를 충분하게 주고 윗부분이 될 곳은 구멍을 뚫어 전을 만들어야하니 두껍지 않게 했다. 달항아리 윗부분이 될 널찍한 반쪽의 모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하나를 예비로 더 만들었다. 건조된 뒤 더 이쁜 아이를 골라 붙이면 될 일이다.
모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달항아리 윗부분을 예비로 하나 더 만들었다.
결국 이 두 '대접'을 하나로 이어붙이기로 했다.
4~5일 뒤 자연건조된 기물 두 덩이는 '반건조' 상태라고 부른다. 굽을 깎고 벽면을 다듬기 위해선 반건조 상태여야 한다. 다 말라버리면 깎을 수가 없고 무리해서 깎다간 갈라지고 부서지기 십상이다.
달항아리의 굽을 깎기 위해 아랫부분을 뒤집어 물레 위에 놓았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달항아리의 아랫부분을 물레 위에 뒤집어 놓고 굽을 깎는 일이다. 두 기물을 붙이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그 전에 마쳐야 한다. 너무 벽이 얇거나 두껍지 않게 예쁜 모양으로 깎아주고, 굽을 적당한 높이로 만들어준다.
굽을 깎은 아랫부분을 뒤집어 윗부분과 붙이기 위해 칼로 접합부분을 긁어놓았다.
접합부분에는 슬립(물기가 많은 흙)을 풀처럼 발라 붙인다.
이제 아랫부분을 뒤집어놓고 이음새 부분을 칼로 긁어 마찰력을 높여줘야 한다. 물을 발라가며 긁어준 뒤 그 위에 접합제 역할을 하는 슬립(흙물)을 발라준다. 달항아리 윗부분에도 이음새에 동일하게 해준다.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붙인 모습.
이제 윗부분을 아랫부분 위에 뒤집어 붙여준다. 이음새의 둘레가 동일하다면 딱 맞게 붙게 된다. 물론, 똑같이 만들었어도 건조 과정에서 줄어드는 정도가 각기 다를 수 있다. 이땐 스펀지에 물을 묻혀 너비를 같게 만들어주면서 붙여야 한다. 역시, 세상엔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다.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붙인 뒤 흙가래로 이음새를 꼼꼼하게 덧대줘야 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음새 위에 흙가래를 붙인다. 물레를 천천히 돌려가며 흙가래를 위아래로 잘 펴준다. 너무 세게 누르면 안되고 흙을 너무 얇게 펴서도 안된다. 적당한 게 원래 어렵다.
달항아리 윗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달항아리 윗부분 안쪽 접합면에도 흙가래를 덧대 꼼꼼하게 이음새를 붙여줘야 한다.
잘 펴준 뒤엔 윗부분에 구멍을 뚫고 안쪽 이음새에도 흙가래를 붙여준다. 달항아리가 크기 때문에 일어서서 항아리 안으로 팔을 넣어 천천히 잘 펴줘야 한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안쪽 흙가래를 붙이는 데만도 100번 이상 물레를 돌린 것 같다. 팔이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굽을 깎고 두 개를 이어붙여 완성한 달항아리 모습. 지금은 반건조 상태다.
이제 끝나간다. 다 잘 붙였다 싶으면 윗부분 벽면과 전 부분을 다듬어준다. 아랫부분과 라인이 잘 이어지도록 칼로 다듬고 전의 높이, 두께를 정해 깎아준다. 크기가 큰 달항아리일수록 전의 두께가 너무 얇거나 높이가 너무 낮으면 볼쌍사납다. 뭐든지 '적당'해야 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
두 개를 이어붙인 달항아리의 높이는 약 44cm.
크기나 높이를 정해놓고 찬 건 아니지만 완성하고 보니 높이가 약 44㎝였다. 물론 건조과정과 가마 소성 과정을 거치면서 좀 더 줄어들 테지만 이만하면 꽤 크다 싶어 만족스러웠다.
완성한 지 약 일 주일 지난 달항아리 모습. 표면이 마른 것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공방에 가보니 반건조 상태였던 달항아리가 잘 마르고 있었다. 상온에서 천천히, 충분히 건조시켜야만 가마에서 구웠을 때 깨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물론 잘 건조된 기물도 갈라지기 십상이지만(그건 어디까지나 가마'신' 마음에 달렸다).그렇게 완성된 달항아리는 아직 1차 가마 소성(초벌)을 기다리고 있다. 큰 기물일수록 열흘 이상의 시간을 건조해야 한다. 아마도 이번 주말쯤 초벌에 들어갈 수 있을 게다. 그 다음 과정은 유약을 바른 뒤 재벌(2차 가마 소성)하는 것이다. 과연 이음새 부분이 갈라지지 않고 예쁘게 완성될 수 있을까? 완성되면 어떤 색깔의 유약을 발라볼까? 이중시유(두 가지 유약을 섞어 바르는 기법)를 해볼까, 안과 밖을 다른 색으로 해볼까? 완성된 이 달항아리는 내가 어딘가에서 바라봤던 달과 닮아있을까? 오늘도 난 달항아리 생각에 푹 잠긴 채 퇴근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