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 면책권"

교육부 교권보호 대책안 공개

교육활동 방해 학생 훈육 가능
창구 일원화 민원대응팀 신설

학부모가 교권침해하면
서면 사과·특별교육 강제
교육부가 14일 발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의 핵심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적된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훈육이 가능해지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민원대응전담팀을 구성하는 안도 담겼다. 교원단체들은 제도화를 통해 방안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학부모의 ‘책임’ 강조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이번 종합방안은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맞추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2021년 2269건에서 지난해 3035건으로 크게 늘었다. 교권 침해 시 그냥 넘긴다는 교사가 5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된 설문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실제 교권 침해는 더 심각하다는 게 교육부의 진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먼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학습을 방해하는 물품을 사용해 주의를 줬는데도 사용하는 경우 대상물을 압수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2학기부터 적용되는 고시안은 각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등보다 우선시된다.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는 내용도 중요한 부분이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나 수사를 받게 될 때는 수사기관이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꼭 들어보도록 했다. 교사 활동의 특수성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교사와 학생을 즉시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권 침해 정도가 심할 경우 학생에게 특별교육 이수를 요구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내용을 기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학교 단위로 운영하던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시·도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서 보다 신뢰도 있게 운영하기로 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유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학부모가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이 인정되면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약속, 특별교육 이수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또 민원 대응 주체를 일선 교사에서 학교장 등 ‘기관’으로 바꾼다.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전담팀을 구성해 창구를 일원화한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개인 전화번호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응대를 거부할 권리를 부여할 것”이라며 “교육 활동과 무관한 민원 역시 답변을 거부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조례 개정도 발맞춰

현장에서 요구한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개선안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실행 과정에서 매끄럽게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민원전담팀 운영에 대해서는 담당교사에게 민원폭탄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교육청노동조합연맹은 교내 민원전담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도 “결국 교사에게 민원 업무가 돌아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이날 서울교육청도 학생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학생인권조례 일부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교직원에 대한 인권 존중 의무 강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방해 금지 △다른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 금지 △흉기, 마약, 음란물 등 다른 학생 및 교직원의 안전을 해할 수 있는 소지품 소지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교원단체, 학생참여단 등에 의견 제시를 요청해 개정안을 확정하고, 공론화 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시의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