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모아 대한항공에 '올인'…"해외여행 물 건너갔죠"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30대 직장인 대한항공 900만원 투자
2년5개월 수익률 -15%, 손실금 141만원

사측 “성수기 여객사업 공격 영업
아시아나 美·EU·日 기업결합 승인 노력”미래에셋증권 “PBR 1배 미만 수준
점진적인 매수 유효 … 목표가 3.2만원”
여기 주식 투자 경력 17년의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편집자주>
Getty Images Bank.
“월급 받으면 생활비·공과금을 제외하고 제 용돈을 모아 900만원 정도 한 종목에 투자했는데, 올해도 해외여행은 가기 힘들 것 같네요. 여행 tv 프로그램 보면서 힐링하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30대 초반의 최성실(가명) 과장은 출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주식 계좌를 보면 힘이 빠진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2021년 3월 대한항공을 첫 매수했는데, 주식 잔고가 시퍼렇게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2만3650원. 그의 계좌엔 2만8032원에 산 322주가 있는데 현재 -15.63%, 손실금액 141만원으로 찍힌다. 그는 “당시 화물 실적도 잘 나오고 하늘길이 열리면 주가도 날아오를 것 같아 수익 나면 동남아 여행 한 번 가려고 했는데, 2년5개월간 공항 근처엔 가본 적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시아나와 합병 이슈가 있기에 좋은 소식이 들릴 때까지 계속 들고 가겠다. 그 무렵 여권도 재발급 받을 예정이다”고 밝게 웃었다. 다만 그가 주식을 사서 마이너스로 직행한 건 아니다. 같은 해 6월과 9월엔 3만5000원대 고점을 찍기도 했고 2022년 4월에도 3만2000원을 넘었으나, 매도하지 않은 걸 보면 기대 수익률은 25% 이상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에 투자한 30대 최성실(가명) 과장의 19일 잔고. 한국경제신문 독자 제공

현금성 자산 6조 육박, 항공기 자산은 12.5조 … 시총은 8조7084억


대한항공은 1969년 3월 1일 항공기 8대를 보유한 아시아의 작은 항공사로 비행을 시작해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성장했다. 주요 사업은 여객·화물·항공우주다. 2분기 기준 여객사업은 국내 13개 도시와 해외 35개국 95개 도시에 취항 중이며 총 133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화물사업은 해외 27개국 46개 도시에 화물기 23대를 운항하고 있으며 반도체·자동차·배터리·부품 등의 산업 기반 수요, IT(정보기술) 전자제품·전자상거래·의류 등의 소비재 수요, 신선화물·의약품 등의 특수화물까지 수송하고 있다. 항공우주사업은 군용기 MRO(정비·수리·개조), 민항기 제조와 무인기 개발 및 제조를 수행하고 있다. 군용기 MRO는 40여년간 국군과 주한미군의 항공기 창정비 및 개조를 수행 중이며, 민항기 제조는 보잉·에어비스 항공기의 주요 날개 구조물을 설계·제조·납품하고 있다. 무인기는 소형 드론에서 대형 정찰 무인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 생산 중에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보잉 787-9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등 성수기를 맞아 하반기 여객사업 공격 영업에 나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휴가 선호지에 부정기 운항을 확대하고, 수요 집중이 예상되는 노선을 전략적으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사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 여객기 하부 화물칸 공급 증가 등으로 경쟁 심화 및 운임 감소가 예상되지만 신규 수요 개발 노력과 효율적 노선 운영으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했으며, 미국·EU·일본 3개국 경쟁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기에 조속히 각국의 승인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A321neo 프레스티지 좌석-1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의 실적은 최근 3년간 우상향이다. 코로나로 최악의 한해를 보낸 2020년(별도 기준) 매출액 7조4050억원과 영업이익 2383억원에서 지난해 각각 81.13%(13조4127억원), 1110.07%(2조8836억원)로 고성장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매출액 12조6512억원, 영업이익 6924억원과 비교해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현금성 자산은 2분기 기준 5조9451억원을 갖고 있고, 항공기 관련 자산은 12조4989억원이다. 시가총액(8조7084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지속적인 당기순이익 발생으로 재무건전성도 좋아지고 있다. 2019년 말 부채비율 814%에서 197%(2분기)까지 낮아졌다. 사측은 “같은 기간 순금융부채가 10조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대한항공 본사 전경. 대한항공 제공

“밸류에이션 낮아 … 내년부터 여객 지속적인 회복 가능”

증권사에서는 이달 13개의 보고서가 나왔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매출액 3조5354억원(전년 대비 6.1% 증가), 영업이익 4680억원(36.4% 감소)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어 “화물 부문(매출 56% 감소)이 부진했으나 여객 부문 고성장(154% 증가)으로 외형 증가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또 “매출 증가에도 이익이 줄어든 건 인건비 및 화객비(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다양한 비용) 증가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감익(이익이 줄어듦) 사이클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 화물 실적 저점 확인이 가능하고, 내년부터 여객의 지속적인 회복이 가능해 보인다”며 “역사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하반기 점진적인 매수 관점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는 3만2000원을 유지했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 기내식 연출 사진. 대한항공 제공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성사 여부인데, EU(유럽연합)와 미국의 공정위원회가 시장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다른 항공사에 항공화물 사업 일부를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배 연구원은 “미주 및 유럽 노선에서 양사의 항공화물 점유율은 80% 수준이다”며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의지가 큰 만큼 합병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13개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3만2538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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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