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돈의 세계에서는 의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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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1310원대로 한 단계 올라온 데 이어 1320원대 진입을 타진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비 3.2% 오르며 디스인플레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했지만, 정작 미국 시장금리는 국채발행 부담 등으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달러화를 지지하고 있는 데다 피치에 이어 무디스가 미국 중소형 은행에 대한 신용강등으로 디레버리징 부담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7월 수출입이 두 자리대 감소세로 예상보다 부진하게 발표된 가운데, 미국이 기술 산업에 대한 대중 투자를 규제하기로 한 한편 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더해지며 아시아 통화 가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원화 환율 상승을 거들고 있다.
헤드라인과 핵심 모두 전월비 0.2%로 감속하는 등 미국 물가의 둔화가 이어가며 긴장감을 낮추고 있지만 연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에너지와 일부 곡물가격의 반등이 물가지표의 추가 하락을 점차 저해하고 있는 한편, 주거비 상승세가 계속되며 연준의 목표치와 아직도 적지 않은 거리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고용과 물가 지표의 수위가 다소나마 낮아지며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 다급함은 희석된 만큼 5.50%에서 사실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공산은 크다. 다만 7월 핵심물가는 전년비 4.7%로 2%대를 웃돌고 전년비 기준 고용확산지수(DI) 역시 66.4P로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 금리 동결은 용인해도 인하와는 거리가 있는 수준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경기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계속 밑돌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0.3%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지난해 10월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난 돈육 가격이 중국 물가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나, 리오프닝 이후에도 생각보다 부진한 내수 지표와 미국의 압박으로 어려워진 교역 환경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 여건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주택 판매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대형 부동산 기업의 연이은 디폴트 위험이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단계 높아진 지방 정부의 부채 부담으로 인해 중국을 바라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다행히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개발기업의 부채 구조조정에 개입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를 당장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성장 저하나 신용위험 우려로 인한 변동성과 아시아 통화가치의 절하 압력은 당분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청년층 실업률이 21%에 달하며 10%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크게 뛰어 넘는 등 경제 전반의 수요와 공급간 불일치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주 발표되는 미국 주택지표가 호전되는 반면 중국 소매판매, 고정투자 등이 부진할 경우 미·중간 시장 저울질이 미국에 보다 기울어질 가능성도 열어 놓고 봐야 한다.
물론 1320원대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술적인 저항감이 적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결국 ‘미국은 정부를 중심으로, 중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 부담이 표출’되고 있다. 만일 이것이 미국의 국채 수익률 상승과 중국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로 나타나고 있는 과정이라면 원화 환율의 하락 명분을 훼손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할 변수이다.
돈의 세계에서는 의리가 없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10원대로 한 단계 올라온 데 이어 1320원대 진입을 타진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비 3.2% 오르며 디스인플레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했지만, 정작 미국 시장금리는 국채발행 부담 등으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달러화를 지지하고 있는 데다 피치에 이어 무디스가 미국 중소형 은행에 대한 신용강등으로 디레버리징 부담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7월 수출입이 두 자리대 감소세로 예상보다 부진하게 발표된 가운데, 미국이 기술 산업에 대한 대중 투자를 규제하기로 한 한편 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더해지며 아시아 통화 가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원화 환율 상승을 거들고 있다.
헤드라인과 핵심 모두 전월비 0.2%로 감속하는 등 미국 물가의 둔화가 이어가며 긴장감을 낮추고 있지만 연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에너지와 일부 곡물가격의 반등이 물가지표의 추가 하락을 점차 저해하고 있는 한편, 주거비 상승세가 계속되며 연준의 목표치와 아직도 적지 않은 거리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고용과 물가 지표의 수위가 다소나마 낮아지며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 다급함은 희석된 만큼 5.50%에서 사실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공산은 크다. 다만 7월 핵심물가는 전년비 4.7%로 2%대를 웃돌고 전년비 기준 고용확산지수(DI) 역시 66.4P로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다. 금리 동결은 용인해도 인하와는 거리가 있는 수준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경기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계속 밑돌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0.3%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지난해 10월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난 돈육 가격이 중국 물가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나, 리오프닝 이후에도 생각보다 부진한 내수 지표와 미국의 압박으로 어려워진 교역 환경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 여건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주택 판매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대형 부동산 기업의 연이은 디폴트 위험이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단계 높아진 지방 정부의 부채 부담으로 인해 중국을 바라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다행히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개발기업의 부채 구조조정에 개입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를 당장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성장 저하나 신용위험 우려로 인한 변동성과 아시아 통화가치의 절하 압력은 당분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청년층 실업률이 21%에 달하며 10%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크게 뛰어 넘는 등 경제 전반의 수요와 공급간 불일치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주 발표되는 미국 주택지표가 호전되는 반면 중국 소매판매, 고정투자 등이 부진할 경우 미·중간 시장 저울질이 미국에 보다 기울어질 가능성도 열어 놓고 봐야 한다.
물론 1320원대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술적인 저항감이 적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결국 ‘미국은 정부를 중심으로, 중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 부담이 표출’되고 있다. 만일 이것이 미국의 국채 수익률 상승과 중국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로 나타나고 있는 과정이라면 원화 환율의 하락 명분을 훼손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할 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