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확보율 허위 광고한 지주택 추진위…대법 "계약 취소 정당"

투자자, 추진위에 부당이득금 반환소
2심 원고패소→대법 파기환송
“제3자 허위광고도 추진위가 살폈어야”
사진=연합뉴스
토지확보율을 허위로 광고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체결한 조합가입 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A씨가 신현동지역주택조합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을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A씨 측의 상고를 받아드렸다.추진위는 인천 서구 신현동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시행자이자 비법인사단이다. A씨는 2018년 12월 추진위와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분담금 3억3500만원, 업무대행비 920만원 등의 조건으로 분양받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계약 당일 신탁회사 계좌로 업무대행비 920만원을 포함한 일부 분담금 4100만원을 송금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대상 대지 80% 이상의 토지사용권을 확보해야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토지확보율을 달성하지 못해 개발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토지확보율은 지역주택조합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A씨가 계약할 당시 추진위가 조성한 분양홍보관에는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추진위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사용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 비율은 85% 이상임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의 공증을 마쳤다고 알리는 입간판이 있었다.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에도 사업 면적이 4만5233㎡, 매입 대지면적이 3만9450㎡(사업 면적의 87.2%)로 표기돼 있었다.하지만 계약 당시 추진위의 토지확보율은 65%에 불과했다. 이에 A씨는 "추진위가 사업 부지의 토지확보율에 관해 기망행위를 했으므로 계약은 취소돼야 하고, 분담금 등 41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분양홍보관 내 분양상담사가 토지확보율이 85%를 넘었고 아파트만 지으면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또 "추진위는 다른 현수막이나 블로그 홍보 글에도 토지확보율이 85% 이상임을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향후'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사용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 비율이 85% 이상이라고 설명했을 뿐"이라고 맞섰다.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미 확보한 토지 비율을 확정적으로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가 관련 광고판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게시물 작성에 관여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토지확보율) 광고가 피고와 의사 합치가 없는 제삼자에 의해 작성·게시된 것이라면 피고는 작성자 등을 상대로 이를 문제 삼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계약서에 첨부된 사업계획 동의서의 매입 대지면적은 계약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사업 면적’에 대응해 이미 매입한 면적으로 이해됐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