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디즈니랜드' 해상풍력단지…국내서도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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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덴마크 해상풍력단지영국 런던 근교의 브라이턴시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 휴양 도시다. 최근 이 지역에 새롭게 떠오른 관광명소 중 ‘램피온 해상풍력단지’가 있다. 140m 높이의 풍력발전기 116기가 바다 위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트 투어로 볼 수 있는데, 인기가 꽤 많다고 한다.
보트 투어 등 새 관광명소 부상
SK·LS 등 해상풍력 진출 활발
램피온 단지뿐 아니라 영국 및 미국, 덴마크의 다른 해상풍력 단지들에서도 이런 투어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델라웨어대 해양과학스쿨의 제러미 파이어스톤 교수는 이런 해상풍력단지를 놓고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해상풍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육상 풍력보다 효율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해상풍이 육상풍보다 풍속이 빠르고 균일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의 출력은 풍속의 세제곱, 블레이드 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풍속이 높아지면 이론적으로 출력이 증가하게 되고 그만큼 설비이용률과 기기의 수명이 늘어난다.
해상풍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설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비용과 기술력 때문이다. 우선 풍력발전기를 안전하게 지지해줄 하부구조물이 필요하고, 해상 근처에 변전소도 있어야 한다. 육상 풍력 발전소의 경우 이런 인프라 비용이 전체 비용의 22% 수준이지만, 해상풍력은 40~60% 수준으로 올라간다.
최근 들어 이런 해상풍력의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우선 풍력발전기를 지지해주는 하부구조물 기술이 향상되고 있다. 해저 지반에 직접 설치하는 고정식 구조는 많은 실증을 거치면서 비용이 절감되는 추세다. 차세대 하부구조물인 부유식은 터빈이 물에 떠 있는 형태이며 케이블을 이용해 해저의 앵커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2031년까지는 고정식 구조물이 성장하고, 이후 부유식 구조물이 흔들림을 저감하는 기술 실증을 거쳐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풍력 터빈의 대형화도 해상풍력이 가능해진 이유 중 하나다. 터빈이 대형화되면 출력이 강해 상대적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아진다. 2021년 기준 유럽의 평균 터빈 용량은 8.5㎿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풍력 블레이드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자리 잡을 경우 해상풍력 설치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기반 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부구조물 강자인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대만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 44%를 점유하며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S전선은 해양 안전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지엠티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해저케이블 시공 업체인 KT서브마린 인수를 곧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LS전선은 초고압 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제조 국내 1위 기업으로 해상케이블 시공과 정보통신기술까지 연계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해상풍력발전은 2022년 약 125㎿ 수준이다. 2030년까지 12~14GW 수준의 준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는 부유식 풍력단지 개발이 진행된다. 덴마크 투자운용사 CIP, 영국 GIG, 프랑스 토탈,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높다. 전남 신안을 비롯한 서부권역에서는 고정식 재킷 타입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천 옹진군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3곳의 위치를 선정하고 있으며 올해 중 최종 위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