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쟁은 데이터 싸움…국방 GPT 도입해야"

방사청, 국방 AI 세미나서 주장
"네이버·카카오 등과 협업해
초거대 AI 시제품 만들어야
육·해·공군 지휘통제 체계에 초거대 인공지능(AI)인 ‘국방 GPT’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발생한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을 두고 군 지휘부의 인적 책임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제언이어서 주목된다.

15일 방위산업 업계 등에 따르면 조준현 방위사업청 미래혁신담당관은 최근 국방 AI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며 “챗GPT 등 생성형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국방 데이터를 융합해 국방 GPT를 새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수, 전술, 무기체계 개발, 교범 등을 학습한 국방 특화 LLM을 만들면 각 군 지휘통제 시스템 혁신은 물론 TMMR(차세대 전술 무전기) 개발 등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페이팔과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이끄는 미국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의 군사용 인공지능 플랫폼 AIP는 LLM에 국방 데이터를 정제해 넣어 지휘관이 최적의 판단을 내리게 하는 국방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팰런티어테크는 미군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데이터를 위탁받아 AI를 개발하는 곳이다.

조 담당관은 “한국의 전차, 함정 등 각종 무기체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수집 기술과 저장공간 부재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고 품질 수준도 낮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와 각 군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국방 AI를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AI 개발 첫 단계인 ‘양질의 데이터 확보’란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무기체계에서 지향하는 AI는 지엽적인 AI 기술이 대부분”이라며 “선행연구 및 사업 전략 수립 시 AI 목표 성능이 없어 개발 과정에서 AI 기능 구체화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조 담당관은 민간 기업 초거대 AI와 각 군 무기 체계별 라벨링 데이터를 결합해 프로토타입 AI를 먼저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초거대 국방 AI 개발 파트너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카카오 코GPT, KT의 믿음, LG의 엑사원 등을 거론했다. 최종적으로는 보안을 고려해 직접 통제가 가능한 초거대 국방 AI를 군이 자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거대 언어 모델에 더해 투 트랙 전략으로 영상, 레이더, 소나 등 각종 장비 데이터를 융합한 ‘초거대 인식 모델’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이 두 가지 모델을 토대로 ‘초거대 로봇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로봇 AI의 초기 모델로 무인 전차·자주포·장갑차 개발을 예로 들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