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獨 잼버리 대원들의 집단 삭발

템플스테이가 처음 생긴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서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 경제력·인지도 등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취약한 관광 인프라, 특히 숙박시설 부족이 큰 문제였다. 월드컵 기간에 필요한 숙박시설은 약 14만 실인데 관광호텔급 이상 객실은 4만6000실에 불과했다. 한국에선 경기만 보고 관광은 일본에서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그때 불교계에서 낸 아이디어가 템플스테이였다. 전통사찰의 문을 열어 숙소를 제공하고 한국 불교와 전통문화를 알리자는 것이었다.

월드컵 기간 전국 33개 사찰에서 운영한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991명으로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최고의 문화체험” “내 생애 가장 멋진 순간” 등 찬사와 호평이 잇따르면서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번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산사에서 비우고 내려놓는 삶의 체험은 일종의 ‘신세계’였다. 참가자도 매년 급증했다. 2002년 1만1714명에서 이듬해 10만7510명, 2018년에는 51만5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참가자 수는 644만4127명으로 그중 69만5507명(11%)이 외국인이다.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도 143개로 늘었다.‘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독일 대원 일부가 속리산 법주사에서 1박2일 템플스테이를 한 뒤 집단 삭발을 했다는 소식이다. 폐영식 다음날인 지난 12일 법주사를 찾은 34명의 대원은 사찰예절을 배우고 새벽 예불과 타종에도 참여하며 한국 불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스님들이 삭발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자 남자 대원 6명과 여자 대원 2명이 “스님처럼 살고 싶다”며 삭발을 요청했다는 것. 출가의 뜻을 밝힌 대원도 있었으나 이루진 못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한다. 번뇌와 욕망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의 풀이라는 뜻이다. 출가 수행자들이 보름마다 하는 장엄한 삭발의식은 번뇌 단절의 의지다. 템플스테이가 생기기 전 사찰수련회 기사의 단골 제목은 ‘짧은 출가 큰 깨달음’이었다. 잼버리 대원들에게도 이번 템플스테이 경험이 큰 깨달음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