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체투자 특별감사…해외 부동산 겨냥

연기금·공제회 첫 전수조사

해외 오피스빌딩 부실 우려에
대체투자 방법 적정성 등 조사

기관 "일률적 잣대는 안 돼"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이 273조원에 달하는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줄줄이 손실 위기를 맞고 있는 해외 부동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이 특정 기관을 넘어 연기금·공제회 전반으로 대체투자 감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첫 대체투자 특별감사

15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3대 연기금(국민·공무원·사학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교직원·행정 등 8개 주요 공제회 등에서 대체투자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대체투자 유형별 현황 △건별 검토 자료 △투자 의사결정 절차 등을 분석해 감사 대상 기관 및 범위를 확정 짓고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본 감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실상 전체 연기금과 공제회 등에 대체투자 자료를 요청했다”며 “투입 가능한 인력 등을 고려해 감사를 벌일 기관과 대체투자 유형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감사원이 특정 기관의 대체투자 부문을 살펴본 적은 있으나 전수 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금융회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이 지난해 9월 공제회에 대한 감사 권한까지 가져오며 가능해졌다.감사원이 연기금·공제회 대상 대체투자 특별감사를 계획한 것은 최근 오피스빌딩 등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가 커지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연기금·공제회는 직접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가 해외 대체투자를 할 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작년 말 현재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보유한 대체투자 자산은 273조원에 달한다. 대형 투자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해당 기관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하다.

교차 검증 방식으로 감사할 듯

지난달 이후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은 줄줄이 부실 위기를 맞고 있다. 연기금·공제회도 셀다운(증권사의 투자자산 재판매)이나 펀드 출자 등을 통해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동참했다. 일례로 전액 손실을 놓고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이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에도 일부 공제회가 수익자로 참여했다.

감사원은 연기금·공제회 간 대체투자 방식을 비교·분석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 대체투자 가치평가 방식, 벤치마크 지표, 자산별 배분 비중 등이 연기금·공제회마다 다르게 설정돼 있어서다. 감사 결과 다른 기관에 비해 부실한 방식으로 대체투자를 한 것으로 밝혀진 기관이나 소속 임직원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예컨대 감사원은 2020년 행정공제회 감사 때 국민연금의 대체투자와 관련해 “벤치마크가 5.58%포인트 과대 평가됐다”며 ‘주의’와 ‘통보’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선 이번 감사원 특별감사로 기관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기관마다 다른 체계를 갖고 있어 일률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대체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감사원은 엄밀하고 치밀하게 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