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SG 열외?…코스트코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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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유통산업부 기자집 근처 코스트코 양평점은 이 지역 차량 정체의 ‘주범’으로 악명이 높았다.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 도로를 점령하곤 했다. 문전성시(門前成市)가 따로 없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토종 경쟁사들이 침체의 길을 걸을 때도 코스트코만큼은 예외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코스트코 양평점 앞이 한산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주말에도 주차 행렬이 그다지 길지 않아 보였다. 대기 줄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양평점 앞 베이글 빵집이 더 인산인해였다.양평점 말고 다른 전국 16개 코스트코 점포의 주차 행렬이 어떤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양평점과 비슷한 처지일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2022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에 코스트코코리아는 5조53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3%(1831억원) 증가했다.
한국 유통업체 실적이 대부분 신통치 않은 만큼 3% 증가율이면 감지덕지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 측에 감정이입을 해 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매출 증가율 '수직 추락'
코스트코코리아의 2021회계연도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18%(8293억원)에 달했다. 2020회계연도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8% 늘었다. ‘8→18→3’의 롤러코스터는 코스트코코리아의 성장세가 확실히 꺾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다.게다가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 매장을 16개에서 17개로 늘렸다. 점포 하나가 늘었는데도 매출이 3%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기존 점포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폭염 속에 장시간 카트를 옮기다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가 ‘지병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알려지면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관계 당국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다만 한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근로자 사망과 성장세 둔화의 인과관계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올 1월 말 6300명가량이었던 코스트코코리아 직원 수는 6월 말 기준 6000명대로 줄었다. 지난해 매장 한 곳을 추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장당 근무 인원이 줄었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본사 ESG 경영에도 악영향
미국 코스트코를 창업한 짐 시네갈은 ‘성공의 3대 원칙’을 평생 강조했다고 한다. ‘법을 준수하라, 회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직원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라’다. 이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천명한 사내 윤리강령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그렇다면 코스트코 한국법인은 창업자의 ‘정언 명령’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나. 그렇지 않은 것 같다.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27개 사업장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코스트코코리아가 포함돼 있다.2019년 하남점을 개장할 때는 정부 방침을 가볍게 무시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가 골목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개점 연기를 권고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코스트코 하남점에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했다. 문제의 하남점은 2021년 오·폐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코스트코는 1999년 한국에 1호점을 연 후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월마트조차 꼬리를 내려야 했던 한국 유통 시장에서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한국 지역사회와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한 덕분이었다.
한국 코스트코는 미국 본사에서도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이랬던 코스트코코리아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딴 나라 얘기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한국법인의 행태를 본사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