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파격 인센티브…방5개·테라스 '중산층 임대주택' 늘린 파리

주거안정 해법은
(1) 佛 민간임대 활성화 비결

건설사, 1% 이율로 50년간 대출
질 좋은 임대주택 짓기 활발

연봉 1억 넘어도 입주 가능
국민 70%가 입주자격 얻어
일관된 정책 '민간-공공' 상생
프랑스 파리 17구에 개발되고 있는 생태 신도시 클리시바티뇰. 이곳의 주택 3400여 가구 중 절반이 시세 대비 임대료가 40%가량 싼 사회주택으로 공급된다. 외관을 비대칭적으로 설계한 데다 방이 최대 5개인 주택 내부에 발코니와 테라스, 개인 정원 등을 넣은 혁신 디자인을 적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유정 기자
프랑스 파리 지하철 13호선 포르트드클리시 역에 내리면 비대칭 구조의 현대식 건물이 눈에 띈다. 파리시가 총 4조8000억원을 들여 생태 신도시로 재개발한 클리시바티뇰 지구(54만㎡)에 들어선 사회주택 단지다. 채광에 따라 자유롭게 창을 낼 수 있도록 한 이 건물의 주택은 방이 최대 5개에 발코니와 테라스, 개인 정원을 갖추고 있다.

마틴루서킹 공원을 끼고 있는 데다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도 좋지만 주거비 부담은 크지 않다. 임차료가 월 600~800유로로 파리 시내 같은 크기의 주택 대비 40%가량 저렴하다. 교사인 마린 루시용은 “사회주택에 입주하면서 같은 주거비용으로 역세권에 방도 한 개 더 늘려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 1% 이자로 50년간 주택사업

국제도시인 파리는 세계 주요국 수도 가운데서도 주택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남의 집을 빌려 사는 비율이 67%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가 시장가격보다 싼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하는 이유다. 특히 중산층용 임대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 부동산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리 사회주택 비중은 2001년만 해도 13.44%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25%로 높아졌다. 프랑스 전체로도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7%)과 미국(1.0%), 일본(4.1%), 독일(4.0%), 캐나다(4.1%)를 크게 웃돈다. 프랑스 정부는 2025년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이 비율을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전문가들은 프랑스에서 사회주택 공급이 꾸준히 늘어난 요인으로 공급 주체가 다양하다는 점을 꼽는다. 프랑스에선 파리 최대 사회주택업체인 파리아비타 등 공기업(OPH)과 민간기업(ESH)이 사회주택을 짓는다. OPH는 270여 개, ESH는 200여 개가 있다. 최근에는 민간 영역의 활동이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공급된 총 10만 가구 중 60%를 ESH가 지었다.

정부는 일관된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비의 80%를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디디에 푸수 ESH 대표는 “운영 중인 사회주택의 절반 정도는 자금을 연 1% 이율에 50년간 빌려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관료가 중심이 되는 OPH와 달리 민간은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주주 배당 등으로 동기 부여를 충분히 해준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겨냥한 사회주택 늘려

프랑스 사회주택은 국민의 70%가 입주 자격을 갖는 등 보편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주택 유형은 소득 기준으로 3개로 나뉜다. 기준이 가장 높은 PLS 소득 기준이 약 7만6500유로(4인 가구 기준)로, 연봉이 1억1150만원인 가정도 입주할 수 있다.최근에는 중산층을 겨냥한 ‘중간임대료 주택’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주택보다 소득 기준(9만7904유로)을 더 완화한 제도다. 중간임대료 주택 공급은 2018년 9195가구에서 2021년 1만7912가구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민간 부동산기업이 전체 공급량의 4분의 1을 중간임대료 주택으로 공급하면 20년간 토지세를 면제해주고, 20%인 부가가치세를 절반으로 감면해준다. 도시·주택 전문가인 장 피에르 셰페르는 “국민의 85%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다”며 “프랑스는 다양한 세금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통해 시장과 사회주택 사이의 중간지대를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리=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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