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 실업률 발표 중단…전격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나선 中정부

소매·생산·투자 경제지표 추락
정책금리 내려 111조 공급 효과

인민銀, 정책금리 또다시 인하
외국자본 이탈 부채질 우려도
중국 베이징의 인민은행 전경.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5일 1년 만기 정책금리를 연 2.5%로 0.15%포인트 인하하며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한경DB
중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모두 시장 추정치를 밑돌며 중국 경제의 부진을 반영했다. 이날 청년실업률을 비공개하면서 중국 경제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악화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과 부동산신탁회사의 상품 상환 실패도 시장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깜짝 정책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공급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나락으로 떨어진 中 경제지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지난 7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에 그쳤다. 시장 추정치(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로, 6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소매판매는 내수경기의 가늠자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이 드러난 모양새다.

7월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둔화세를 이어갔다. 중국의 산업생산은 공장, 광산, 공공시설의 총생산량을 측정해 구한다. 고용·평균 소득 등의 선행 지표로 활용되는 산업생산이 둔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생산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의미다. 고용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날 당국은 7월 도시실업률(5.3%)을 발표하면서,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은 예외적으로 비공개했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6월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나온 7월 청년 실업률이 전달보다 더 뛰어 어쩔 수 없이 공개하지 못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1~7월 누적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 투자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앞으로 고정자산투자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깜짝 금리인하로 유동성 공급하지만…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었던 시장 예상을 뒤엎었다. 인민은행은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기존 연 2.65%에서 2.50%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MLF 대출 금리에 손을 댄 것이다. 인민은행은 또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당초 연 1.9%에서 1.8%로 0.1%포인트 낮췄다. MLF와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인하 효과를 합치면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될 전망이다. MLF를 내리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동시에 내리는 게 관례다. 인민은행은 오는 21일 LPR 금리를 발표한다.

이날 역외 위안화 환율은 장중 0.49% 올라 달러당 7.31위안을 기록했다. 작년 11월 초 이후 최고치다.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위안화 약세 속에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외국 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채질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중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 우려에도 중국이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더 이상 유동성 공급을 주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란 평가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김리안 기자 lizi@hankyung.com